군고구마 100-11

#책과강연 #백백 글쓰기 #14기 #군고구마

by 향기로운 민정

피곤한 저녁은 굳이 밥과 반찬을 차려서 먹지 않고 간단하게 요기만 해결하고 싶다. 빨리 두 다리 펴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배달 요리도 인스턴트도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고구마다. 에어 플라이어에 고구마를 구우면 타지도 않고 먹기 좋게 잘 익어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고구마를 씻어서 에어플라이어에 돌려놓고 씻고 정리하고 난 시간에 맞춰 익어 있다. 겨울밤에 먹는 군고구마를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린 시절 시골 친구네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 아버지가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면서 고구마를 구워 주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솜이불을 덮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딸내미 방문을 열어 군고구마만 말없이 들이밀어주고 문 닫아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련하다. 모습은 세월에 퇴색되어 어렴풋하게 남아 있지만 군고구마 맛 같은 아버지 마음은 숱한 시간이 흘러갔어도 변함이 없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따뜻 해지고 더 깊어지는 듯하다. 그 시절엔 맛있는 군고구마가 전부였다. 세월을 보내면 보낼수록 아버지의 정이 더 깊어진다. 오늘,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회상한다. 이 좁은 마음으로 가늠할 수 없을 것 같은 아버지의 속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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