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흘리다 100-10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 #피를 흘리다

by 향기로운 민정

급행전철 시간표를 확인하고 외출 준비를 한다. 완행 전철을 타면 1시간 거리를 40분이면 갈 수 있어 애용한다. 외출 준비를 하고 신발까지 신고 나가는데 깜박 빠트린 물건이 있다. 다시 들어가는 바람에 시간이 급박해졌다. 빠르게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데 엄지손가락이 따끔거린다. 마음이 급해서 뛰느라 손가락을 확인할 수 없다. 전철역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보니 상처가 난 손에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고 피가 맺혀 있다. 가방에 화장지를 찾았지만 히필 오늘 가방을 바꾸어 나오는 바람에 화장지는커녕 종이 조각도 없다. 피는 몽글몽글 맺혀서 흐를 것만 같은데 닦을 수가 없어서 난감하다. 어떻게 닦아야 할지에 몰입하느라 아픔은 뒷전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화장지 살 곳도 없다. 고민 끝에 신발 속 양말목에 피를 닦아냈다.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랐자만 애타는 내 마음도 모른 채 피는 다시 몽글몽글 맺히는데 전철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전철을 타면서도 정신은 온통 피가 나는 손가락에 집중되어 있었다. 혹시 사람들 옷에 피를 묻힐까 봐 걱정이 되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다행히 승객은 많지 않다. 좌석 앞에 서서 피가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피가 빨리 굳기를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앞에 앉은 어르신이 내 손가락 피를 보고 놀라셔서 가방을 뒤적이시더니 물 티슈를 2장을 건네주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받아서 피를 닦는데 찌릿찌릿 느껴지는 쓰라림을 억누르고 미소를 띠며 눈인사를 건넨다. 내가 너무 쓰라려서 아파하면 그분이 미안해하실 것 같아서 참아야 했다. 쓰리긴 했어도 피를 닦을 수 있도록 내게 주신 그 마음이 너무도 감사했기 때문이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의 난처한 상황을 위해 내어 주는 마음 한 조각을 나도 키워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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