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 난로는 추억을 100-20

#책과강의#백백글쓰기#14기#화목난로

by 향기로운 민정

지인의 작업장에서 난로를 피워놓고 먹방을 벌였다. 지인은 목공예를 하시는 분이라서 작업장에는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다. 나무 향을 품은 소품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섬세하고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보는 맛도 좋다. 대방어 회와 소라, 대하, 석화를 구워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 눈 감추듯이 양껏 먹고 포만감을 안고 난로 주위에 의자를 가지고 둘러앉는다. 숯불을 보면 무엇인가를 구워야 할 것 같다. 난로에서 퍼지는 따뜻한 온기가 사람의 마음을 녹여준다. 활활 타오르는 열기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뜨거워진다. 학창 시절 교실에 피우던 그 난로처럼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학창 시절, 교실에, 그 난로처럼. 따뜻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군 고구마를 꾸역꾸역 욱여넣는다. 이미 배가 불러서, 물도 안 들어갈 것 같아도, 들어가는 것이 신통방통 할 뿐이다. 역시나 신비로운 인체를 경험하고 있다. 난로의 온기와 군고구마의 달콤함은 저마다의 옛이야기로 꽃 피운다. 난로 위에 도시락을 데워 먹었던 추억을 꺼내 놓는다. 그 시대에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공통의 추억이었나 보다. 어떤 지역에만 있는 지역의 특성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학생들의 추억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쥐포, 떡, 쫀드기를 자주 구워 먹은 이야기, 고구마는 어쩌다 한 번 구워 먹은 이야기, 도시락을 데우다 제때에 못 뒤집어서 다 태웠던 일, 수업 중간에 밥 익는 냄새가 나면 수업하다 말고 도시락 먼저 뒤집는 일은, 수업만큼 중요했던 일이었다. 쉰 김장김치를 쫑쫑 썰어서 맨 밑에 깔고 밥으로 덮어서 가져온 도시락을, 난로 위에 데워서 비벼 먹었던 일.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배가 고파서 맛있게 먹었던 매우 흔한 일이었다. 지금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도, 다시 먹을 수 없는 맛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냥 밥만 담아서 데워 먹었는데 강원도에서 학교 다녔다는 언니처럼 김치랑 같이 데운 도시락에 들기름까지 둘러 비벼 먹고 싶어 진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특별한 맛이 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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