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접다 100-23

#책과 강연 #백백글쓰기#14기,#곶감

by 향기로운 민정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시골에서 올라온 곶감이 있다. 곶감을 보면 기분이 좋다. 곶감도 먹고 추억도 먹는다. 추수가 끝나면 가족 중의 남자들은 시간만 나면 감 따기에 바쁘다. 집안에 여자들은 감 깎느라 바쁘다. 칼질을 해야 해서 너무 어린 나는 깍지는 못했다. 따놓은 감을 가져다가 주고, 깎은 감은 싸리나무에 꽂아야 하는 자리로 또 가져 드려야 했다. 지금 곶감은 감 모양 그대로 말려서 곶감을 만들지만 그 시절엔 싸리나무에 감을 꽂아 말렸다. 싸리나무 하나에 감 10개를 꽂아서 그네처럼 길게 늘어뜨려 말렸다. 어느 정도 꼬들꼬들 말린 10개짜리 감을 앞뒤로 접고 남은 싸리나무를 잘라낸다. 양끝 싸리나무를 꽃잎처럼 깎아서 곶감이 빠져나오지 않게 한다. 양쪽으로 접은 싸리나무 1대가 곶감 10개, 10개짜리 곶감 1대를 지푸라기로 10대 롤 엮어서 정사각형으로 만들면 곶감 100개가 곶감 1 접이라고 부른다. 한 겨울에 곶감 접는 날이면 곶감 하나 얻어먹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상승한다. 괜히 심부름하는 발걸음도 가볍다. 큰아버지가 마루에서 곶감 접으면서 너무 무른 것은 접을 수가 없어서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혹시나 하나 얻어먹을까 싶어 주변을 맴돌다가, 자신도 모르게 곶감 접는 큰아버지 앞에 줄지어 앉아 있게 된다. 파지 곶감이 나오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간절한 눈빛으로 기다리게 된다. 파지 곶감 하나를 얻어먹고 기분 좋게 놀러 나간다. 1접이 된 정사각형을 차곡차곡 쟁여서 바람 잘 통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밀가루 같은 분이 뽀얗게 올라온다. 하얀 분이 많아야 곶감의 당도가 높아진다. 분이 잘 난 곶감을 팔아서 돈을 만들기도 했지만, 겨울에 집에서 먹을 것과 제사 때 사용할 곶감을 창고 귀퉁이에 매달아 놓는다. 창고를 쓸데없이 들락날락하면서 곶감을 지나치게 많이 빼먹어서 야단맞을 때도 있다. 뽀얗게 나온 곶감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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