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이 너를 100-24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꿩이 너를
마당 귀퉁이에는 싸리나무가 가득했다. 곶감 만들 감을 꽂기 위해서 산에서 틈틈이 해온 나무였다. 싸리나무로 화살을 만들면 기가 막히게 좋았다. 논두렁에 있는 닥나무를 꺾어서 껍질을 벗겨서 미리 줄을 만들어 왔다. 곧고 휘어짐이 좋은 싸리나무는 화살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서툰 솜씨로 화살을 만들다 보니 실패가 많다. 실패하고 만들고, 실패하고 또 만들기를 얼마나 했는지 부러지고 휘어진 싸리나무가 수북이 쌓였다. 싸리나무가 흐트러지고 난장판인 현장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1~2개만 사용한 것은 어른들도 애교로 넘겼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고함소리를 한 번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화살 만들기를 멈출 수 있다. 더 잘 만들고 싶은 의욕으로 계속 만들었다. 굵기도 좋고 곧은 싸리나무를 다듬어서 만든 화살촉 또한 훌륭했다. 낑낑대고 화살을 만들고 화살촉 3개를 만들었다. 화살의 완성은 성취감이 하늘을 찔렀나 보다. 날아다니는 꿩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꼭 꿩 한 마리쯤은 거뜬하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나게 뛰어가는 나를 불러서 '어디 가냐'라는 동네 어른들 물음에 '꿩 잡으러 간다'라고 외쳤다."꿩이 너를 잡겠다"라는 어른들 말씀이 뒤통수를 때렸다. 꿩이 많다는 들판에 갔다. 가자마자 푸드덕 날아가 버린다. 의욕이 넘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꿩을 찾았다. 살금살금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겨우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방망이가 가슴을 쾅쾅 때리는 것 같다. 화살을 쏠려고 하는데 꿩은 날아가 버린다. 아쉬워하는데 조금 먼 곳에 다시 앉는다. 부지런히 따라갔다. 다시 찾은 기회였다. 활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힘이 약해서 꿩 근처에도 가지 않고 화살촉은 꼬부라졌다. 땅으로 곤두박질쳐버린 화살촉. 마음이 급했고, 떨리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아서 아쉽게 놓쳤다고 위안을 해본다. 사실 활시위를 놓기도 전에 꿩은 눈치를 채고 날아가 버렸는데 잡았다가 놓친 만큼의 아쉬움은 컸다.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꿩을 꼭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손에 잡았다가 놓친 것 같은 아쉬움이다. 화살만 있으면 꿩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용기는 그렇게 꺾여버리고 말았다. 그날을 계기로 꿩이 그토록 빠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많다던 꿩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등에 지고 땅거미 내려앉는 들판을 힘없이 서성일 때, 나의 이름이 들려온다. 집에 들어올 시간인데 나의 부재를 알고 찾으러 온 소리다. 꿩을 못 잡았다며 풀이 죽은 나를 보며 역시나" 꿩이 너 잡 는다. 빨리 집에 가자"라고 한다. 꿩을 못 잡은 아쉬움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른들이 꿩이 나를 잡는다는 말씀을 왜 하셨는지 알았다. 그날 밤저녁밥도 못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기절했다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