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핫 가을! 100-26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가을

by 향기로운 민정

네 살 조카와 어린이집에 가는 길이다. 올케의 부탁으로 조카랑 둘이서 어린이집까지 가야 한다. 아이를 인형처럼 꾸며서 손잡고 나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을 나온다. "아핫! 가을이구나" 어린 조카의 말에 깜짝 놀란다. 11월이라서 가을이 다 갔다고 여긴 내 마음에 찬물을 뿌린듯하다. 주먹만 한 이 아이는 무엇을 보고 '가을이다'라고 하는지 궁금하다. "ㅁ서야! 왜 가을이야?" " 저기 저 나뭇잎이 예쁘게 물들어 있잖아요!" 조카의 검지 끝에는 진짜 단풍이 한창인 나무가 몇 그루 있다. 아파트 그림자 덕분에 조금 더디게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낸 다른 나무와는 다르다. 아직도 한창인 단풍을 뽐내고 있다. 사진 프레임에 가두어 두면 가을이 이제 시작한다고 해도 믿겠다. "ㅁ서야! 저 나무 잎사귀 참 예쁘다! 그렇지?" "네, 가을이잖아요" 어린아이에게서 예기치 않은 대답을 듣는다.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이 계절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자, 가을엔 나뭇잎이 참 예뻐. 예쁜 나뭇잎을 단풍이라고 하지." 어린이집으로 가는 그 길에는 낙엽들이 뒹굴고 있다. 나뭇잎 하나를 주워서 아이에게 보여준다. "ㅁ서야 이것은 무슨 나뭇잎일까?" 모르겠다는 표정을 읽는다. 주워 든 빨간 나뭇잎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입술 같다 그렇지? " 활짝 웃으며 " 네" 하고 짧은 대답을 한다. "ㅁ서야 이것은 벚 잎이라고 불러" 아이는 두 손가락으로 빨간 잎을 받아 들고 '벚 잎 벚 잎 벚 잎' 나지막한 독백으로 외우고 있는 것 같다. 벚잎을 되뇌며 집중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ㅁ서야 이것은 은행잎이야, 노오란 부채 같다 그렇지?" 또 주워서 아이에게 건네주면 소중하게 잡는다. 그렇게 쉬엄쉬엄 가을을 만끽하며 어린이집으로 간다. "엇! ㅁ서야 이 나뭇잎도 입술처럼 생겼네? 이 나뭇잎 이름은 뭘까?" 대답 대신 미소만 띠워 보낸다. 벚 잎이랑 같은 모양인데 크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질감도 다르네. 이 잎은 느티나무 잎이라고 해. 만져봐 봐 손가락 느낌이 다르지?" 어린이집이 가까워질수록 아이 손에는 색깔도 모양도 각각인 단풍을 모아 쥐고 있다. "우와앙 ㅁ서! 이 나뭇잎 좀 봐. ㅁ서 손 모양 같네?" 아이가 까르륵 웃는다. " 이 나뭇잎은 단풍잎이라고 해" 역시 아이는 단풍잎을 손에 쥐고 독백처럼 단풍잎을 되뇌고 있다. 아이 손에 화려한 단풍들이 모아져 있다. "ㅁ서야 나뭇잎이 꽃처럼 예쁘다 그렇지? ㅁ서는 이렇게 예쁜 단풍으로 뭐 하고 싶어?" 예쁘게 모아진 꽃처럼 예쁜 단풍을 부끄럽게 웃으며 나에게 내민다. "ㅁ서야 고모랑 많이 봤으니까 이것은 선생님 보여 드릴까?" 고개를 끄덕이며 해맑게 웃고 있다. "오늘은 ㅁ서 덕분에 고모도 행복했는데, 선생님도 행복하시겠네" 아이는 이모티콘 같은 눈웃음을 보여준다. 오늘 여러 번 해맑은 모습으로 내 마음에 꽃송이를 피워 주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함께 늦가을을 만끽하며 느리게 걷는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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