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으로 100-30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늙은호박
지인이 부침을 부쳤다고 맛보라고 한다. 어떤 부침일까 의문을 갖고 젓가락부터 들고 기다린다. 프라이팬 크기 못지않은 크기의 동그란 부침이 내 앞에 "똭" 놓인다." 엇 늙은 호박이네요" 환호하며 부침을 맞이한다.' 이 부침을 알아?" "어렸을 때 먹어 봤어요" 그 달콤함을 잊을 수가 없다. 군것질거리가 흔하지 않았던 두메산골의 추억이 돋아난다. 찬서리 맞은 호박을 따서 윗방에 두고 겨우내 호박죽도 끓여 먹고 부침도 부쳐 먹었다. 집집마다 대문이 없는 동네에서 끼리끼리 모이는 건 굳이 시간을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여진다. 모이다 보면 뭔가를 할 일을 찾는다. 언니들이다 보니 먹을 것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늙은 호박이다. 늙은 호박 하나를 반으로 자른다. 두 사람이 반쪽씩 숟가락으로 속살을 긁는다. 네 사람이 이야기하면서 도란도란 긁는 모습이 동화 속 이야기 같다. 호박씨는 물에 헹궈서 말려 놓으면 심심함을 달래줄 또 다른 간식이 된다. 고소함을 놓지 못해 끊임없이 먹게 되는 고소함이다. 긁은 호박 속을 밀가루나 쌀가루를 섞어서 반죽한다. 프라이팬 크기만큼 크게 부쳐서 내놓으면 부치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사람은 많고 부침은 더디게 부쳐져서 생기는 일이다. 나는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먹을 것을 놓쳐서 울어야 언니들이 한 번씩 챙겨준다. 빛깔도 예쁘지만 호박의 달콤함이 그대로 입안으로 들어온다. 요즘에는 호박이 크게 달다는 느낌이 별로 없는데 그때는 꿀맛이었다. 지방 특색 음식이라 흔하게 알려진 음식은 아니다. 겨울이면 옛 생각이 나서 부쳐 먹는다는 지인의 입맛에 초대되었다. 내가 늙은 호박 부침을 알고 있음이 신기하고 기쁘단다. 긴 시간을 달콤한 수다가 와장창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