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도‥ 100-33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감정은

by 향기로운 민정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낯선 번호다. 수화기 저편에서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수화기 저 편의 여자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한다. 궁금한 사항이 있는 건 나인데 ‥. 규정을 이해 못 한 것이 아니고 최선의 방법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규정을 위반하려거나, 시비를 거려는 의지는 1도 없다. 말투와 어조가 나를 골치 아픈 여자라고 치부해 버리는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야속하다. 그 여자 목소리가 빠르고 거칠어져 함께 목소리 톤이 높아지긴 했어도 교양을 찾으려 노력했다. 갑자기 상담원을 보호해 달라고 당부하는 기계음이 나온다. 험악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더 격양된 어조로 자기 말만 했던 사람은 수화기 너머의 여자였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경우를 맛보았다. '내 말이 어려웠을까?' 속상한 마음을 억누르고 나를 돌아본다. 질문을 많이 했지만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과 격양된 말로 나를 귀찮은 여자로 몰아갔다. 준비를 하겠다고 하는데도 안 해주겠다고 강요인 듯 협박하고 있다. 감정이 자꾸 격해지니까 전화를 끊고 문자로 하자고 제의한다. 전화를 끊었다. 한숨 돌리고 또박또박 문자로 구체적인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고 평범한 안내만 보내온다. 언어 이해력도 없더니 독해력도 없냐고 묻고 싶었다. 감정만 격화시킬 뿐 의미 없음을 알기에 꾹꾹 눌러 참는다. 다른 직원의 전화가 왔다. 진행 상황을 묻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따뜻함에 감격하여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말을 잇지 못한 나를 위로해 준다. 차근차근 내 얘기를 다 들어준다. 궁금증까지 해결해 준다. 억울한 내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는데 사르르 녹는다. 서러움에 북받쳐 얘기하는 나를 다독여 주며 끝까지 들어준다. 감사하는 마음이 들면서 억울한 감정도 조금 풀어졌다. 더 이상 민원을 제기할 곳을 찾지 않기로 했다. 상담원을 보호하는 제도는 있는데 상담 대상자의 억울함을 풀 곳은 찾기 힘들다. 물론 진상인 상담 대상자도 있겠다만, 다양한 질문에 귀찮고 한수 아래로 치부해 버리는 말투에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담 대상자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밑도 끝도 없이 욕설을 퍼붓는 민원인도 있겠지만 불친절한 어투로 친절인양 하는 상담이 귀에 거슬릴 수도 있겠다. 언성이 높아지고 감정이 격화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 잘하면서 서로가 존중해 주면 좋으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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