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는 100-36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공중전화

by 향기로운 민정

길을 가다가 문득 공중전화를 보면 반갑다.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그 많았던 공중전화는 어쩌다 한나 씩 보인다. 낡은 공중전화 부스를 보면 통화가 되는지 의문이 든다. 혹시나 하고 수화기를 들어본다. 고장 난 전화기를 보면 속상하다. 혹시나 하고 수화기를 들어본다. '뚜~'신호음이 가면 반갑기도 하고 다행이라고 안도감이 든다. 수화기를 들어도 먹통이다. 아쉬워서 수화기를 다시 들었다 놨다도 해보고 번호 버튼을 눌러본다. '요즘도 공중전화로 전화하는 사람이 있을까? ' 홀로 의문을 가지며 공중전화 부스를 지나가다가 동전 표시판에 30원이 남겨져 있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모습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과 횡재했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보고파진다. 부스에 들어가서 동전을 찾아도 없다. 각자 핸드폰을 소유하면서 자유롭게 통화한다. 백과사전이 아닌 검색으로 뜻과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 예상 못 했다. 핸드폰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들 생활에 스며 있었다. 통화를 위해서 동전을 모았고, 기다림의 줄은 흔한 일상이었다. 긴 시간을 통화하면 뒷사람 눈치를 보아야 했다. 그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통화를 해도 좋았다. 핸드폰 없이 어떻게 약속을 하고 만났는지, 이젠 머나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2월에 올림픽 공원에서 행사가 있었다. 미리 가서 정확한 장소를 잡고 알려주기 위해서 삐삐 음성녹음에 남겨 놓아야 했다. 공중전화 앞에 갔다. 줄이 얼마나 긴지 삼상을 초월했다. 그날 올림픽 공원은 허허벌판이었다. 2월의 바람은 왜 그토록 맵던지, 옷을 뚫고 들어와 가시처럼 살을 콕콕 쑤셨다. 3시간을 기다렸다가 내 삐삐에 음성을 확인하고 지인의 삐삐에 음성을 남기기까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3시간을 기다렸다가 3분을 사용했다. 아니, 3분을 위해 3시간을 추위와 싸우고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고 인내심을 길러야 했다. 짧은 사용을 끝내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아쉬움은 형언할 수 없는 크기였다. 내 뒤로도 짧은 통화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길게 통화할 수도, 머뭇거릴 수도 없었던 시절이 꿈만 같다. 문명의 이기를 맘껏 누리는 지금, 공중전화는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잠은 왜 1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