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왜 100-35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잠은왜

by 향기로운 민정

전철이 들어온다. 출입문이 열리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앉을자리부터 먼저 찾는다. 다행히 비어 있는 좌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좌석에 앉으니 훈풍이 종아리를 데워준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에 집중한다. 좌석에 앉자마자 핸드폰 여기저기를 뒤적인다. 새로운 메시지들이 들어왔는지 확인한다. 앱테크에 몰입한다. 앱에 들어가서 적게는 1원부터 많게는 20원까지 다양하게 모으기 시작한다. 1원이라고, 3원이라고, 5원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10원 이상은 횡재다. 흔하지도 않지만 제법 큰 금액이다. 길에 100원이 떨어져도 줍지 않는다고 하지만 앱테크는 1원도 소중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속담을 체험한다. 7만 원을 넘게 모아서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매일 들어가서 출석 체크만 해도 받을 수 있고 문제를 풀어도 받을 수 있다. 앱테크 하는 사람끼리 모이면 모두 꺼내서 10원씩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광고도 보고 문제도 풀다 보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 핸드폰 불빛에 피로감이 몰려온다. 눈을 쉬게 한다는 핑계로 두 눈을 감는다.


다음 정거장 안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뜬다. 벌써 30분이 지나서 목적지에 다 왔다. 잠깐 쉬는 것이 아니라 푹 자버렸다. 아주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몸이 가뿐하고 개운하다. 한 때는 버스나 전철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긴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읽을 책을 챙기는 것이 준비물 1순위였다. 승객들이 많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잠자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꼿꼿하게 책을 읽었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이 무색하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아주 꿀잠을 자고 깨는 나를 발견한다. 그토록 꿀잠을 자고도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치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요즘처럼 겨울에 버스를 타도, 전철을 타도 잠이 솔솔 온다.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따뜻함과 적당한 흔들림이 최적의 수면 조건이라고 어디선가 본 듯하다. 추위에서 떨다가 차를 기다렸다가 승차한다, 좌석 바닥도 따끈따끈 데워주고 훈풍으로 종아리까지 데워주면 세상에서 제일 무거워지는 눈썹을 이길 재간이 없다. 나름 용 써보지만 얼마 못 버티고 KO 당하게 하는 마법의 좌석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쓸다가 1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