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야 100-46
#책과 강연#백백글쓰기#14기#불#놀이
햇살 좋은 겨울날 동네 아이들이 냇가로 모인다. 꽁꽁 언 얼음판 위에서 미끄럼도 타고. 돌팔매로 얼음을 깨면서 노는 맛은 겨울이 선사해 주는 흥미로움이다. 얼음 위에서 놀다가 무게에 이기지 못한 살얼음이 무너져 발이 빠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그 흔하고 당연한 일이 서로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겨루듯 과감하게 힘자랑을 하다가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젖은 발은 찬 바람에 못 이겨 꽁꽁 얼어도 집에 갈 생각은 1도 없다. 신발 젖은 김에 물길을 건너 냇가 중앙으로 더 쉽게 건너간다. 처음에는 지난여름 홍수 때 떠내려오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모아서 모닥불을 피운다. 모닥불에 젖은 신발도 말리고 꽁꽁 얼 것 같은 발을 녹이려는 심상에 지나지 않았다. 물에 젖은 발은 좀처럼 따뜻한 느낌이 없다. 조금만 더 가까이. 조금만 더. 더. 더 하다가 여기저기서 타는 냄새를 맡고 깜짝 놀란다. 냄새를 맡는 사람은 양말을 태운 당사자 보다 옆사람이 더 빠르게 맡는다. 발이 따뜻해서 살 것 같아 만족 감에 빠져 있기에 냄새는 남은 일인 줄 알고 태연하다. 서로 불 위에서 녹이고 있던 발을 다 확인하고. 뒤늦게 뒤꿈치에 개란 크기의 구멍이 나 있음을 확인한다. 순식간에 생기는 당혹스러움다. 엄마의 표정이 머릿속에 사진처럼 그려진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놀이는 끝나지 않는다. 냇가 중앙에는 마른 갈대가 있다. 황금빛으로 줄을 지어 푸석이는 갈대에 불씨가 있는 나뭇가지를 가져다 대면 삽지 간에 활활 타오른다. 불놀이가 허용되었던 것은 양쪽으로 물길이 흐르고 있어 불길이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지 않는 최적의 장소였다. 말이 냇가라고 불렀지만 실제 냇가는 강 못지않은 폭을 자랑했다. TV에는 묘기 자랑 이 자주 나왔고 그중 불 쇼가 인기 있었다. TV 속 기인들이 된 마냥 불길을 뛰어넘어 성공하면 의기양양했다. 조금씩 더 과감해지는 무모한 용기 탓에 머리카락도 꼬실 린다. 더 멈추지 못하고 눈썹까지 태워 먹고서야 불 쇼를 멈춘다. 불길이 너무 멀리 가기 전에 발로 밟아서 불을 끄고 우리들 불놀이는 멈춘다.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놀이가 불놀이라고 했지만 위험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딱 그 시절에만 허용되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