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100-47
#책과강연#백배클쓰기#14기#처음#낚시
지인이 낚시를 다녀왔다고 회 먹으러 오라고 한다. 날 음식을 먹지 않지만 함께 하는 분위기가 좋아 동석을 결정했다. 자연산 회라서 맛이 탁월하다며 연신 감탄사를 부르짖는다. 도톰하고 신선한 생선 살을 집으러 가는 젓가락 행렬이 분주하다. 아무리 봐도 삶은 오징어와 소라. 김밥만큼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이야기보따리를 털어놓으랴. 자연산 회를 먹으랴 바쁘다. 틈바구니에서 익은 것만 먹는 내가 신경 쓰이나 보다. 자꾸 한 번만 먹어보라고 아우성이다. 한 번이 어렵지 맛 한번 보면 환장할 것이라고 자꾸 권한다. 남의 살 같은 식감이 너무 싫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취미가 낚시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지루함의 극치를 어떻게 견디는지 모르겠다는 나에게. 직접 체험하게 해준다고 한다.. 낚시의 손맛을 경험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생에 첫 낚시는 가두리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낚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낚시를 자주 다니는 사람과 한때 즐겼던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낚시를 계획해서 떠난다.
소풍을 떠나듯이 삼겹살과 반찬. 매운탕 끓일 양념과 채소. 과일 등을 바리바리 싸서 떠난다. 3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가두리 양식장이다. 평일이라서 아무도 없다. 사방으로 시야가 뻥 뚫렸다. 수평선은 아니어도 비릿한 바다 내음이 우리를 반겨 준다. 정사각형 모양의 가두리가 나란히 나란히 각 맞추어 줄지어 있다. 그중에서 제일 넓고 좋은 자리라고 강조하시는 사장님께서 배정해 주신다. 6명이 갔지만 2명만 낚시를 경험했고 4명은 낚시의 'ㄴ'도 모른다. 대여한 낚싯대를 각자 1대씩 들고만 있다. 미끼를 끼우라고 했지만 끼울 줄도 모른다. 심지어 지렁이는 아니지만 징그럽다는 이유를 가져와 만지지도 못한다. 낚싯대를 들고 미끼 끼워 달라고 바라만 보고 있다. 이미 예상을 했는지 당연한 것처럼 왔다 갔다 미끼를 끼워주느라 정신이 없다. 초보 낚시꾼들은 미끼를 끼워 줘야 낚싯대를 던진다. 낚싯대를 던지는 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음을 경험한다. 마음은 저 멀리 던지고 싶어 힘껏 던졌는데 바로 앞에 떨어진다. 낚싯대 던지는 모습을 본 건 있어서. 뒤도 안 살피고 호기롭게 뒤로 젖히다가 걸려버린다. 우여곡절 끝에 낚싯대가 물속으로 잘 들어갔다. 물고기가 바로 끌려 나올 줄 알았다. 물고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 하다. 낚싯줄끼리 꼬일 것이라고는 1도 예측 못하고 옆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까이 갔다가. 옆 사람 낚싯줄이랑 꼬여버린다. 물고기한테 미끼를 언제 떼인 줄도 모르겠다.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지루함에 못 이겨서 꺼내보면 없다. 미끼를 도둑맞은 기분이다. 낚싯대가 묵직해서 기대감을 잔뜩 안고 올려보면 해초가 올라온다. 이러다가 우리, 손 맛은커녕. 물고기는 구경도 못 할 것 같다.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서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한 마리도 못 잡을 것 같다. 준비해 온 삼겹살만 구워 먹고 갈 것 같은 분위기다. 사실 나는 물고기를 많이 잡을 생각이 없다. 딱 1마리만 잡으면 만족한다. 낚시할 줄 아는 사람은 낚시하는 시간은 짧다. 초보자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더 바쁘다. 가끔씩 물속에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금방 잡힐 것 같아서 의욕이 활활 타오른다. 그러나 미끼만 먹고 도망가기 일쑤고. 해초가 걸려 올라올 뿐이다. 물고기는 마음처럼 쉽게 잡혀 주지 않는다. 슬픈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즈음. 물고기 한 마리가 걸려 올라온다. 뒷바라지하느라 바빴던 낚시꾼들 낚싯대에서 '낚시란..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먼저 낚아 올린다. 오랜 기다림의 끝이라서 그런지 처음 잡힌 물고기는 반갑다. 박수를 치며 다 같이 환호한다. 물고기를 잡은 당사자는 시크하다. 그 후부터 여기저기서 물고기가 잡혀 올라온다. 저마다 처음 맛보는 손맛에 흥분의 도가니다. 애타게 기다린 나의 낚싯대에도 묵직한 신호가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 전문가의 조언대로 낚아챈다. 드디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입을 벌리고 겁먹은 동그란 눈이 마주친다. 기쁨은 잠시고 왠지 미안해진다. '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생긴다. 더 이상 잡고 싶은 마음을 잃어버렸다. 입천장에 걸린 바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며 우는듯한 눈빛과 표정이 가슴에 파고 들어온다.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물고기의 눈물을 보았다. 낚시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안 잡으려고 했는데 본전 뽑아야 한다고 한다. 미끼를 끼워줘서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던진다. 잡히지 말라고 그토록 빌었건만. 물고기는 왜 그토록 쉽게 잡힌 지. 6명이서 예상외로 많은 수확이다. 더 이상 낚지 않으려고 낚싯대를 휘휘 저으면서 가두리를 한 바퀴 돌 의향으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잡혀 오는 물고기는 ‥ 무엇?! 물고기가 미쳤나 보다. 잡혀 오는 물고기가 야속하다 그럼에도 계속 잡고 있는 나는 ‥괴짜일까?! 가짜 미끼를 물어버린 눈먼 물고기 때문에 내가 환장할 노릇이다. 다들 잡은 물고기가 제법 많다. 일부는 회를 뜨고 일부는 통째로 매운탕을 끓인다. 회는 처음부터 먹을 마음도 없지만. 내 몫으로 끓여준 매운탕은‥ 도대체‥ 왜‥ 그토록 맛있는지‥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