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눈이 100-51

#책과강언#백배글쓰기#14기#겨울눈

by 향기로운 민정

길을 걷다가 올려다본 시선 끝에 목련 나무가 있다. 다른 나무에 비해 겨울눈이 제법 크다. 먼발치에서 보면 꼭 꽃봉오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목련의 겨울눈을 꽃봉오리로 착각하고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는다. 정말 하얀 꽃송이가 봉긋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 다시 피울 꽃과 잎새가 겨울을 보내는 방법이다. 겨울눈은 "잎눈"과'꽃눈'으로 나눈다고 하지만 이직 구분은 못하겠다. 동장군을 잘 이겨낸 저 겨울눈이 꽃이 되고, 잎이 된다는 사실만 막연하게 알고 있다. 이 추운 계절에 봄소식을 가져올 겨울 눈이 반갑다. 다른 겨울눈 보다 목련 겨울눈이 더 도톰하고 커서 눈에 쉽게 들어온다. 지세히 들여다보면 솜털 같은 보드라운 털이 겹겹이 싸여 있다. 막 태어난 강아지 털 같은 솜털이 추위를 잘 막아 줄 것 같아서 보는 이도 든든하게 한다. 내가 털 옷을 입고 추위를 견뎌내듯이 목련도 솜털 옷을 입고 동장군을 이겨낸다. 가장 먼저 새봄 소식을 곧 전해 줄 것 같아서 설렘이 묻어난다. 머지 많아 봄이 올 것 같아서 반갑다. 바람 한 점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꽁꽁 싸맨 모습이 귀엽다. 겨울을 견디는 모습도. 봄을 기다리는 모습도 나와 닮은 것 같아서 미소가 번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맞이를 1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