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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를 100-50

#책과강연#백배글쓰기#4기#해맞이

by 향기로운 민정

새해 첫날이 밝았다. 시민 단체에서 떡국 나눔 한다고 한다. 꼭두새벽에 어둠을 헤치고 지인과 함께 달려간다. 산 중턱에 있는 약수터다. 한 시간 남짓 코스의 산길을 걷고 약수도 마시고 운동하는 곳이다. 약수터 앞까지 차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편도길이다. 오늘 같은 날은 복잡하다는 이유로 가는 길에 있는 대학교에 주차를 한다. 주차장에서 약속했던 사람들이 모인다. 서로 덕담도 나누고 새해 인사도 하면서 반갑게 맞이한다. 해돋이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추위에 단단히 대비해서 왔다. 겹겹이 껴 입고 솜바지도 챙겨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목도리까지 칭칭 감았다. 그것도 부족한듯하여 핫팩을 첨가했다는 사람도 있다. 붙이고 주머니에 넣은 핫팩 덕분에 덥다고 웃는다. 달빛을 밟으면서 삼삼오오 약수터로 향하는 사람들 행렬에 우리도 합류한다. 20여 분 정도 가뿐하게 걸으면 도착한다.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옷을 너무 껴입어서 움직일 때마다 뒤뚱거린다. 춥지 않아서 좋다. 20여 분 정도 걸으니 운동이 되어 식욕을 자극한다.


약수터에 도착하니 떡국을 먹으려고 선 즐이 꼬불꼬불 길게 늘어져 있다. 우리들도 줄에 합류하여 떡국을 기다려본다. 줄이 너무 길에서 기다리다가 일출도 못 볼까 슬쩍 걱정이 된다. 걱정은 나뿐만 하지 않았나 보다. 해마다 왔다는 일행이 해 뜨는 시긴 충분하다고 한다. 줄이 이렇게 길어도 봉사하는 분이 많아서 금방 차례가 돌아온다고 한다. 거짓말처럼 긴 줄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있다가 사라졌다. 갓 넣은 듯한 떡국 떡과 곰국이 든 그릇을 먼저 준다. '이것이 전부 인가?!' 하는 의문을 품고 앞줄을 따라간다. 새해 인사를 상냥하게 건네면서 고명을 얹어 주는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기. 계란지단, 김가루, 김치까지 푸짐한 고명에 놀랐다. 막걸리도 한 사발 준비되어 있지만 음주는 정중하게 사양한다. 떡국 위에 고명까지 올려놓으니 푸짐하다. 먹기 좋은 떡국 한 그릇을 받아서 옆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모였다. 딱 먹기 좋은 온도로 식어 준 떡국을 한 술 떠 넣는다. 살짝 언 몸이 녹는듯하다. 맛깔난 떡국 한 그릇을 준비한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남김없이 먹고 쓰레기와 주변을 정리하고픈 마음이 일렁인다. 어스름 빛이 슬그머니 걷힌다. 떡국을 먹고 나니 앞에 있는 사람들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벌써 일출이 시작된 줄 알고 실망할 뻔했는데 이니란다. 일출 시간이 남아 있으니 지금 가면 볼 수 있단다.


해돋이를 보려면 10 분 정도 더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일행은 다시 해맞이 장소로 향한다. 산길은 살짝 얼음이 얼어 있다. 등산화를 신지 않은 탓에 발가락에 힘을 주고 엉거주춤 걸어야 한다. 첫해, 첫날의 해를 마중하려는 사람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에 지쳐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 덕분에 명당자리를 잡았다. 동쪽 산마루가 붉게 타고 있다. 구름이 짙게 깔려 있고 안개가 몽실몽실 떠다니고 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자연에 엄숙함이 밀려온다. 동쪽 산마루 너머에서 주홍빛 뜸을 길게 들이고 있다. 몽실몽실 주변을 서성이던 안개가 슬그머니 떠나가고 동녘 하늘은 더욱 선명하게 불타오른다. 한참을 뜸 들이며 우리의 애간장을 녹이던 해가 봉긋 솟아오른다. 다들 엄숙하게 마음을 모아 소원을 빈다. 나지막하게 토해내는 옆 사람의 소원도 들린다. 나도 마음을 모아 본다. 건강과 행복은 만인의 공통인 것 같다. 막상 마주한 태양 앞에서 어떤 소원을 빌지 모르겠다. 멍한 채로 꿈틀거리는 태양만 바라본다. 오늘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긴다. 저마다의 표정과 포즈로 추억을 찍는다. 생각보다 덜 추워서 감사하다. 이렇게, 두 번째 스물다섯이 시작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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