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잉꾸 100-52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꾸잉꾸
메시지 알림 소리에 ★톡을 열어본다. 3호 조카가 처음으로 ★톡을 시작한다며 메시지를 보내온다. 처음 휴대폰을 개통했을 때도 1.2.3호조카들은 가장 먼저 전화를 해서 전화번호를 알려 줬다. 이번에는 10살이 되면서 ★톡을 다운로드하고 가장 먼저 고모한테 안부를 묻는다. 자매들이 모여서 ★톡 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다. 번갈아가면서 메시지를 보내온다. 한동안 연락이 없었기에 할 말도 많다. 타자가 늦다고 하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한다. 고모가 얼마든지 기다려 줄 테니 천천히 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눈 오는 겨울밤이면 고모가 생각났다고 한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던 겨울밤 조카와 골목길을 휘젓고 다녔다. 발자국을 이용하여 예쁜 꽃잎도 만들고. 토끼도 만들었다. 꼬마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면서 골목을 누볐다. 꼬맹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연신 까르륵 웃는다. 눈보라를 헤치며 치킨 사러 갔다. 치킨이 식기 전에 집에 가자며 손잡고 눈 속을 뛰었다. 자연스럽게 "헛 뚤!, 헛 뚤!" 했다가 "참새! 짹짹!" 다양한 구령을 붙인다. 조카가 갑자기 "꾸잉꾸! 꾸잉꾸!"하고 구령을 붙인다. 말이 재미있고 귀여워서 같이 '꾸잉꾸'를 외친다. '꾸잉꾸'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집에 도착해서 치킨을 뜯으며 의미를 묻는다. 수줍게 웃는 조카는 아무 뜻 없다고 한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나왔다고 한다.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유행어라고 잠깐 생각했다. 친구들끼리 외치던 단어일 거라 생각했는데 기분이 좋아서 나온 말이라니 ‥. 수줍게 웃는 해맑은 조카 모습이 마냥 귀엽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도 나만의 창의적인 문장을 구사하고 싶어 늘 고민한다. 마음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음을 안다. 조카의 추억 속에 나와 눈 속을 뛰며 외쳤던'꾸잉꾸'라는 그 재미있는 말과 함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남는다. 조카도 언제까지 기억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서에 따뜻함으로 스며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