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총을 (2) 100-56
#책과 강의#백백글쓰기#14기#새총
새총을 한 번씩 사용한 동네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괜히 우쭐 해졌다. 자신감이 충만해져서 이번에는 참새를 꼭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꿩에 비해 작은 참새니까, 적어도 한 마리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샘솟는다. 저녁에 소죽 끓이는 아궁이 앞에서 참새를 굽는 아버지를 상상해 본다. 주변에 작은 돌멩이들을 주워서 양쪽 바지 주머니에 채운다.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지가 흘러내릴 것 같다. 달리면 줄줄 흘러내리는 바지를 한쪽 손으로 잡아야 했다. 한쪽 손에는 새총을, 한쪽 손에는 바지를 잡고 참새를 찾아다닌다. 전깃줄에 쪼르르 앉아서 재잘거리던 참새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다. 닭 모이를 훔쳐 먹던 참새는 그새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못 찾겠다. 흘러내리는 바지를 올려가며 동네를 휘저으며 참새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 헤맨다. 참새가 눈치가 빠르다는 사실을 그때는 정말 몰랐다. 어쩌다가 눈먼 참새가 전깃줄에 앉는다. 반가움과 기쁨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주머니에서 돌멩이를 꺼내는데 날아가 버린다. 참새는 이미 날아가 버린 빈 곳에 총알을 날린다. 참새는 잡힐 어림도 없는데 총알 한번 날리고 아쉽게 놓친 듯이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른다. 심지에 전깃줄에 앉으려고 날아오다가 앉지도 않고 재빨리 날아가 버린다. 날아가는 참새를 잡아보겠다고 총알을 쏘아대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던 그 많던 참새는 어디로 갔을까? 시끄럽게 재잘거리던 참새의 침묵이 길다. 낮게 날던 참새마저도 한 정 점으로 보일 정도의 높이로 날아다니는 얄미운 참새. 나무 뒤에서 꼭꼭 숨어서 숨죽여 기다려 본다. 참새는 훅 날아왔다가 쌩 날아가 버린다. 나를 약 올리기에 충분했다. 명품 새총을 참새들에게 뽐내려던 마음은 참새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해 버린 하루다. 해거름이 찾아올 때쯤 집으로 향한다. 새총을 휙휙 돌리며 마당을 지나 마루 앞에서 신발 벗으려는 참이었다. 저녁 준비하던 엄마의 잔소리가 귀를 울린다. 참새를 잡기는커녕, 구경마저도 힘든 하루였고, 기저귀를 채울 수 없는 막냇동생 덕분에 집안일이 배가 된 엄마의 하루였나 보다. 다음날은 노란 통고무줄을 사려 왕복 반나절을 걸어서 다녀와야 했다. 아버지 혁대까지 망가뜨리고도 잔소리만으로 넘겼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