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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시금치로 100-57

#책과 강연#백백글쓰기#14기#시금치

by 향기로운 민정

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니 노지 시금치를 만났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가 일상이다 보니 제철 채소가 의미 없다. 노지에서 태양의 에너지를 한껏 흡수하고 바람과 빗물이 키워낸 제철 채소 맛을 따라가지 못한 듯하다.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이른 봄까지 싱싱함을 뽐내며 시장에 나오는 노지 시금치가 그래서 더 반갑다.

옆으로 납작하게 퍼지고, 잎사귀는 뾰족뾰족한 모양에 뿌리 부분이 붉은 시금치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추위를 잘 견디고 하얀 눈을 맞아도 시들지 않는 시금치를 동초라고 부를 만큼 추위에 강하다. 추위를 이긴 채소는 보약이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눈 내리는 한 겨울에 올라오는 밥상 위에 시금치를 가족들에게 적극 권하셨다. 싱싱함이 탁월하고 달짝지근한 맛은 겨울철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노지 시금치는 뿌리까지 먹어야 제맛이다. 섭취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팔팔 끓는 물에 뿌리 먼저 넣고 살짝만 데쳐서 간장에 무쳐 먹는 방법은 일반적이다. 날 시금치로 쌈을 싸서 먹어도 좋다. 상추와 시금치 위에 삼겹살을 얹어 먹으면 느끼함은 잡아주고 고소함은 상승시켜 준다. 시금치 겉절이는 아삭함과 달콤함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한 겨울 잃어버린 입맛도 살아난다. 식초를 첨가하면 움츠려 들고 잠자던 바이오리듬이 기지개를 켜고 깨어나는 듯 상큼하다. 또, 부침은 어떤가! 당근채로 붉은색을 첨가하고 청양고추로 칼칼함을 더해주면 한겨울 봄을 만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눈과 입이 행복하다.

밭으로 곧 뛰어갈 것 같은 파릇파릇 싱싱한 시금치를 보며 제일 먼저 무엇을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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