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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Jan 13. 2024

버스 타고  100-62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버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버스는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승차하면서 요금 정산기에 교통카드를 태그 하면 예쁜 아가씨 목소리가 들린다. "승차합니다"혹은 "환승입니다"라고 상냥한 음성이 나온다. 요금 정산이 됐다는 의미다. 친절한 아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앉을 좌석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날은 교통카드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는데 타야 하는 노선의 버스가 와버렸다. 그냥 보내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므로 무조건 타고 본다. 뒤늦게 가방 속 지갑을 찾는데 바로 보이지 않는다. 버스를 타려는 뒤 승객들이 교통카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맘처럼 되지 않는다. 옆으로 살짝 비켜 드리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다. 일단 좌석을 잡아서 가방을 내려놓고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좌석을 찾다 보니 뒤쪽까지 가게 됐다. 뒤를 보니 버스기사님께서 룸밀러를 통해 나를 주시하고 계심을 온몸으로 느껴진다. 가방에서 카드를 들고 앞쪽으로 가려는데 뒷문 쪽에 있는 교통비 정산기에 태그 해도 된다고 버스 기사님께서 친절하게 안내하신다.


뒷문은 하차 전용 정산기다. 하차하면서 교통카드를 태그 하면 "하차합니다"라는 음성을 들으며 하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심코 뒷문에 있는 교통카드 정산기에 카드를 가져다 대니까 " 승차합니다"라는 음성이 나온다. 순간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아셨어요?" 하고 물을뻔했다. 나도 모르게 묻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당연히 "하차합니다"라는 음성이 나올 줄 알았는데 똑똑하게도 내가 하차기 아니라 승차했음을 알아차리고 승차했다고 말해준 기계가 신기방기했다. 이토록 발달된 AI 기술이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감동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버스는 경주하듯이 도로 위를 쌩쌩 달리다가도 승객이 좌석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 특히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께서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기다렸다가 확인하고 출발하신다. 기시님의 배려에 마음도 훈훈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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