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분석 콘텐츠가 불편한 이유
요즘 들어 사람의 매력을 분석해놓은 글이나 영상이 눈에 띈다. 주로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 ‘사랑스러운 사람의 특징’, ‘분위기 있는 사람의 특징’과 같은 제목의 콘텐츠는 브런치나 유튜브, 다양한 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조회수도 꽤 높은 걸 보면 이런 자기계발류 콘텐츠에는 늘 클릭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이런 콘텐츠를 발견하면 일단 클릭하고 본다. 내가 이런 글에 호기심을 갖는 이유는 스스로가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심리 때문인 것 같다. 해당 콘텐츠가 분석해 놓은 매력적인 사람의 조건에 일정 부분 부합하면 ‘역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안심하면서 자존감이 조금 더 상승하는 기분을 느낀다. 그들의 조건에 내가 맞지 않으면 약간의 불안에 사로잡히며 과거 주변 사람들에게 내비쳤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서 나는 언젠가부터 이런 콘텐츠를 보는 게 불편해졌다. 읽을 때마다 굉장히 주관적인 분석에 기분이 왔다갔다하며 휘둘리는 게 싫다. 다양한 사람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자유고, 나는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몇 번은 그냥 지나치더라도 열 번 중 한 번은 어쩔 수 없이 이런 글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시중에서 분석하는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그들 ‘클럽’의 입구에서 계속 퇴짜를 맞다보니 더 집착을 하게 된 것일까. 나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는 이상한 심리 때문인 걸까.
이런 글을 읽고나면 ‘매력적인 사람이 되도록’ 강요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최근에 읽은 글에서 매력적인 사람의 조건은 ‘잘 웃는 사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지 웃는 얼굴이 보기 좋지, 나도 오늘 표정관리 좀 더 해야겠다. 그리고나서 밖에 지나가는 한 여성이 잔뜩 인상을 쓴 얼굴로 지나가자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인상을 쓰고 다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글은 주관적인 생각을 은근히 일반화시키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정관념으로 자리잡게한다. 창작자가 의도했든 아니든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빠진 주어가 있는데 바로 ‘여성’이다. 이런 류의 콘텐츠에 모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글에서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을 나열할 때 예로 제시하는 대상은 여성이다. ‘내가 최근에 만난 어떤 여성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는데 그 매력을 분석해보니 늘 잘 웃고 말도 예쁘게 하더라.’ 또는 ‘내가 만난 굉장히 분위기 있는 여성이 있는데 말투도 차분하고 행동에 여유가 넘치더라.’하는 얘기들.
반면 남성의 매력에 대해 분석하는 콘텐츠는 매우 적었다. 물론 말도 예쁘게 하고 잘 웃고 부드러운 말투를 가진 남성도 매력적일 것이지만, 그런 남성을 분석하는 콘텐츠는 잘 없고 있더라도 그런 글을 보고나서 ‘나도 잘 웃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나의 남편은 그런 생각은 안 든다고 했다.
내가 매력 분석 콘텐츠를 불편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매력의 조건 중 하나인 '잘 웃는 것'이 내겐 없기에 시댁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남편과 시댁은 유난히 상대방의 표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이다. 나는 평소에 무표정이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표정이 어두워지곤 하는데 결혼 생활 초반에 종종 시댁의 오해를 사곤했다. 웃는 얼굴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예의라고 생각하시는지라 더 서운해 하신 것 같다. 당시 나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오해를 받아 당황스러웠고, 표정을 강요받는 느낌에 덩달아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재밌는 점은 남편과 시누이들도 표정이 상냥한 편은 아닌데 늘 집안에서 지적을 받는 건 시누들이라는 점이다. 남편도 퇴근 후 피곤하고 힘들면 세상 무서운 표정인데 시누들은 집안에서 늘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딸로 낙인 찍혀있다.
여튼 이후 나는 시댁 어른들의 오해를 풀어드리려 나의 평소 성격에 대해 설명드렸고 감사하게도 이해해주시려고 하셨다. 앞으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내가 먼저 양해를 구해 오해가 없도록 하기로 했다.
사람의 매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관계 속에서 계속 변화한다. 한두 번 스쳐지나갈 때는 무뚝뚝한 사람이었지만 만날수록 다정한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고, 첫인상은 경박했지만 가까워질 수록 차분하고 지적인 사람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만인의 연인이 되고 싶다면 모를까 나는 내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은, 어쩌면 이기적일 수도 있는 인간이기에 억지로 웃고 다니지 않기로 했다.
아마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매력 분석 콘텐츠를 보고 나서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매력적인 인간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제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강요가 될 수 있고, 자존감이 높다고 해서 고뇌 없는 완벽한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닐테니 각자 생긴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면되지 않겠는가.
참고로 나는 이 글의 제목처럼 잘 웃는 사람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 웃는 사람을 선호하는 편도 아니다. 잘 웃는 다는 것은 그저 인간의 여러 특성 중 하나이며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사귈 때 선호 조건이 될 수 있겠다. 앞으로 매력 분석글을 본다면 이런 태도로 나열된 매력의 조건들을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