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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Jul 08. 2024

아쉬탕가 마이솔 요가(대구) : 수리야 나마스카라

요가 유랑기 7(24. 07. 07)

내 요가 유량의 끝판은 마이솔 수련이라고 말하겠다. 제주 한주훈 요가원은 인도만큼이나 전문 수련가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이솔도 나에겐 감지덕지다. 마이솔도 나에겐 벅찬 수련원이지만 큰 용기다. 초봄 여러 야외 요가를 다닌 덕에 시간 날 때마다 갈 수 있는 요가원이면 어디든지 가서 수련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에 많으면 두 번밖에 수련할 시간이 없으므로. 일요일 수련하는 곳을 찾았는데, 마침 또 마이솔 요가원에 수련이 있다. 지지난주 토요일 수업 문의를 드렸더니 이미 마감이라고 해서 한 주 미뤄 어제 다녀왔다.

마이솔 수련은 처음이라 일반 요가원 수련 방법인 줄 알았다. 한쪽 방향으로 매트가 놓여 있고 선생님이 앞에서 동작을 가르쳐주실 줄 알고, 9시 반 수련에 맞춰 갔다. 데스크에서 선생님께서 잠시 앉아 보라고 했다. 여기 오게 된 동기나 불편한 곳은 없는지 요가 경험은 있는지 물어보셨다. 수업 시간이 다 돼서 수업하는 곳으로 들어가려니 괜찮다고 했다. 그런 줄 알았다. 어이쿠! 선생님께서 수업 방법을 알려주신다. 9시 반 수업이지만 9시부터 자유롭게 와서 각자 진도에 맞게 몸을 풀고 있다가 9시 반쯤 같이 ‘옴~’을 하고 다시 수련을 이어간다고 했다.





프린트를 받았다. ‘수리야 나마스카라(태양경배 자세)’가 그려져 있다. A, B 가 있고 나는 A부터 하면 된다. 나는 처음 방문한 수련원이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처음에 동작을 봐주셨다. 그러니까 내 자리는 맨 뒤다. 뭐든 선생님이 옆에 있다는 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동작이 빨랐다 느렸다 한다. 선생님이 급하다고 천천히 하란다. 혼자 연습하면 빨리 할 수가 없다. 점점 힘든데 어떻게 빨리 하냐며. 수리야 나마스카라 B 5번 할 때는 한 번 하고 숨 고르고 다시 들어가고. A와 B 5번씩 마치니 1시간이 흘렀다. 선생님께서 괜찮냐고 더 할 수 있냐고 하시기에 괜찮다고 했고 동작(서서 허리를 굽혀 발에 손가락 고리 거는) 하나를 배웠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요가원에서 요가해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동작이다. 다만, 혼자 수련이지만 아무렇게나 할 수 없다는 점. 규칙적인 호흡으로 가고 있는지 등은 펴고 있는지 하나하나 더 꼼꼼히 내 모습을 상상한다. 구령에 맞춰할 때 보다 조금 더 세심히 동작을 한달까. 선생님은 수련생 사이사이를 다니면서 동작이 끝난 수련생에게 다음 동작을 가르쳐 주시거나, 잘 안돼서 어려워하는 수련생 옆에서 다시 지도한다. 나를 안 보실 거 같지만, 매의 눈으로 보신다. 허투루 할 수 없다. 뭣 보다 스스로 찾아온 요가원이니까 무념무상으로 한다.

마이솔은 인도 전통 방식의 수련이라고 들었다. 20명이 넘는 공간에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다. 선풍기가 뒤에서 돌아가고 창문을 열어두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만 느낄 뿐이다. 정말 진심으로 내 자리가 뒤라서 에어컨 바람이 안 오는 줄 알았다(ㅜ.ㅜ). 다들 가볍게 입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선생님께서 땀 닦을 수건이 작지 않냐고 했다. 가져간 손수건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었다. 몰랐다, 이런 곳인 줄. 5분 만에 땀은 온몸을 적셨다. 한 동작이 끝나고 다음 동작 설명을 듣느라 잠깐 매트에 앉았는데 앉은자리에 땀자국이 고스란히 남는다. 나만 부끄러울 뿐. 다음에 매트 위에 깔 요가 타월도 가져가고, 땀 닦을 수건도 챙겨야겠다. 손수건 말고.


수리야 나마스카라와 하나 배운 동작까지 모두 마치니 선생님께서 마무리 동작(쟁기 자세, 물고기 자세 등)을 알려주시고 정형화된 사바 아사나가 중요하지 않다고 편하게 누워서 10-15분 정도 쉬었다가 나오라고 했다. 눕기 전에 옷을 벗었다. 입고 간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었을 거 같아 지상철 타기 전에 좀 말리고 싶었으니까. 요가하면서 처음으로 티셔츠를 벗었다. 배가 앞으로 튀어나와서 절대 절대 옷을 벗지 않는데, 역시나 절대는 없다. 10분 만에 옷이 마를리도 없고. 수련이 끝나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나간다. 지상철역으로 가는 중간에 봄 목향장미가 만발하기로 유명한 카페가 있어 들렀다. 장미는 다 졌지만, 카페는 초록이들이 그득하다. 사장님께서도 친절하시다. 봄에 갔다가 자리 없어서 그대로 돌아 나온 경험이 있는 나는 두리번거리며 앉고 싶은 자리가 있으나 창가라 망설이고 있으니 앉아도 된다고 알려주신다. 초록을 보며 땀을 식히며 커피를 마셨다. 책도 읽었다.


주말 밤이면 으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부지런 떨고 싶어 갔던 요가원이다. 2주에 한 번 정도 가려고 생각했다. 웬 걸!! 매주 가야겠다. 그래야 진도를 뺄 수 있겠는데. 전형적인 한국 학생, 학부모 마인드다. 주말이라고 밤늦게까지 놀지 말자는 각오는 덤이다. 요가하고 카페 가고. 딱이어라!!


그리고 오늘(월요일). 어김없이 8시 요가를 다녀왔다. 지난주 화, 수, 목, 금, (토요일은 건너뛰고), 일, 그리고 월(오늘) 요가를 했더니 전굴(앞으로 숙이는 자세)이 부드럽게 잘 된다. 어제 여파로 앞 어깨가 뻐근해서 후굴이 걱정이었는데, 몸이 풀리니 괜찮네. 이러니 요가에 빠지지 안 빠지냐고. 백수면 매일 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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