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테비 Jun 24. 2024

아야야 야야-끙끙 앓는 소리

허벅지, 허벅지! 골반!!!(하누만 아사나)

3일 동안 보홀에서 아침저녁으로 요가를 하면서 난관에 부딪힌 때는 골반 동작이다. 요가한다고 하면 다들 다리가 쭉쭉 찢어지는 줄 아는지, ‘다리를 90도까지밖에 못 펴서 난 요가 못 해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90도? 그건 내가 할 말이다. 결혼 전부터 문화센터에서 요가를 하고 임산부 요가를 거쳐 아기를 낳으러 분만실에 들어간 순간, 의사는 말했다.

“산모님, 산모님은 아기 낳을 골반 아니에요. 둘째는 제왕절개 하세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둘 째는 없다. 미련하다고 해야 하나, 꾸역꾸역 자연분만을 얘기한 나. 그만큼 골반도 허벅지도 유연하지 않다.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는 요가 5년 동안 허벅지 때문에 끙끙거리고, 골반 동작 하면 한숨부터 쉰다.


지난 금요일은 2주에 한 번 가는 ‘포레스트 요가’ 중심 요가원에 갔다. 소도구를 이용하는 요가라고 해서 결코 쉽게 봐서 안된다. 갈수록 힘들다. 매주 꾸준히 가는 요가원이 아니라 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요가를 하지 않는 나도 아니고, 심지어 다른 운동도 꼬박꼬박 하는데도 갈수록 힘들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아기들이 발 잡고 놀듯이 누워서 발을 천장을 향해 펴고 손을 뻗어 발을 잡고 이리저리 동작을 한다. 내 다리가 팔에 비해 월등히 긴 것도 아닌데 발 잡는 게 뻣뻣하고 힘드네. 선생님께서 오셔서,

“발 잡는 게 힘들구나.” 했다. 다 그런 게 아니구나. '하이런지' 상황에 골반을 아래로 내리고 손 끝도 바닥을 향해 내렸을 때 손 끝이 닿기를 염원하는 몇 년이다. 이 전 회 중 <아쉬와 산찰나> 편에 적었다. 금요일에도 이 비슷한 동작을 많이 했다. 비둘기 자세와도 비슷하기도 하고. 요가 동작으로 이름을 몰라 검색했더니 ‘로우 런지 변형’으로 찾았다. 벽에 앞 종아리를 붙이고 로우 런지를 하는 동작이다. 내 발등뼈가 이상한가, 벽에 발등이 닿았는데 뼈가 아프다. 동작이 끝나고 봤더니 뼈 주변이 집힌 것처럼 빨갛다. 거기다 런지로 골반을 내렸더니 벽에 기대고 있는 다리가 터질 듯하고. 머리가 새하얗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다가가 허벅지를 미는 힘이 뭐냐고 물었다. 힘들어 보이는 나를 보시고 웃으시더니,

“좀 쉬었다 가실래요?” 한다.

“아니요!!” 하며 극구 사양했다. 그랬다간 동작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으니. 금요일 밤 요가는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벽에 기댄 발 등이 집히듯 아프다ㅜ.ㅜ.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토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느끼는 골반 전체 뻐근함. 나 어제 뭐 했지? 왜 여기가 아프지? 스쿼시도 많이 안 했는데? 아!! 요가!!! 운동 중독자들이 그렇다지. 그 맛에 운동한다고. 고통을 즐긴다고. 뻐근하긴 했지만 아프지 않았고 뻐근하면서 시원하기에 나도 그들처럼 은근히 기분이 좋다. 골반이 좀 늘어날 거라고 바라기도 하고.


월요일이다. 8시 요가원으로 갔다. 원장님이 출산하고 회복 중이라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이다. 점점 선생님 수업이 쉽지 않지만, 버틸만하고 편안하다. 선생님이 처음부터 말했다.

“오늘은 다리를 앞뒤로 찢는 하누만 아사나를 집중적으로 해 볼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골반과 허벅지를 차츰 풀어가며 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검색

금요일도 허벅지, 골반 동작인데 오늘도 똑같다. 가볍게 머리를 숙이세요. 발을 너무 빼지 마세요. 처음부터 강하게 하지 마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소리를 따라가다 마침내! <하누만 아사나>에 도달했다. 다리 찢기는 앞으로 다리를 빼면서 내려가는 동작이지 뒤에 뻗은 다리를 점점 뒤로 보내면서 하지 않는다. 그러면 절대 못 내려간다. 분명 힘들고 아픈데 다리가 앞으로 점 점 빠진다. 골반이 자연스럽게 바닥을 향해 내려간다. 평소보다 두 배나 더 내려간다. 블록을 세워서 의지했는데, 오늘은 블록 하나를 가로로 놓아도 된다. 납작하게 두 개 놓으면 완전히 꼿꼿하게 허리까지 세울 수 있다. 와!! 이게 되네!!

골반이 열리고, 허벅지가 일을 하는 만큼 내 입에서 곡소리가 나온다. '아야야 야야' 하다가 곧 숨을 토한다. 아이고, 아이고 했다가 이내 입을 다물며 끙 거린다. 둘러보니 옆, 뒤 모두 조용한데 나만 혼잣말하듯 끙끙거리고 있다. 다들 안 아픈가? 나만 고통스러운 거야? 와!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오늘 요가 끝나고 사람들 표정 봐야지. 차 마시며 힘들어하는지 봐야지. 모든 동작이 끝나고 <사바 아사나> 후 일어나는데 내가 제일 늦다. 끙! 거리며 무릎을 뗀다. 요가원 거실로 갔더니 대부분 빠져나갔다. 차 한 잔 고요히 마시고 나갔다. 나는 차 두 잔 마셔야 갈증이 가시는데. 땀은 또 어찌나 흘렸는지. 에어컨과 천장 팬이 돌아가도 등에서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했는데.  


수련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 관절인형이 따로 없다. 골반에서 허벅지가 시작하는 딱 그 부분(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팬티라인이다)이 마음대로 돌아갈 것 같다. 현실은 90도겠지만. 뜨뜻하다. 뜨뜻하다를 넘는다. 내일이 되면 얼마나 쑤실지 걱정스럽지만, 지금 이 순간 뜨끈한 열감에 나는 오늘도 열심히 운동했다는 보상받은 기분이다.

이전 14화 달밤에 체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