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유량기 6(24. 04. 26-30 보홀 요가 여행 2)
지난 보홀 요가 여행 편은 준비 과정만 썼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텀블러를 챙겨갔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쓴 느낌도 있으나, 이후 우리나라가 개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OECD 국가 중 단연 1위라는 기사와 필리핀이 국가당 쓰레기 처리율이 가장 낮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나가는 양이 많아 대처 방안을 세운다는 기사는 여러모로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보홀 첫날 저녁 요가를 시작으로 둘째, 셋째 날 아침저녁, 넷째 날 아침까지 총 6번의 수련이 있었다. 보홀에 가기 전 교수와 출장을 갔다. 차 안에서 쓰지 못한 겨울휴가를 쓰겠다고 알렸다. 교수는 어디 가냐고 물었고, 요가하러 보홀 간다고 얘기했다. 보홀로 떠나는 날 교수에게 다음 날부터 겨울 휴가 일정을 다시 한번 고지했다. 교수는 요즘 필리핀이 이상기온으로 매우 더우니 건강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답장이 왔다. 대구 더위를 미리 맛봤다고 해야 하나, 덥다. 땀이 줄줄 흐른다. 첫날 숙소에 도착해서 땀이 온몸을 적시니 아예 요가하고 옷 갈아입어야겠다는 체념이랄까 단념 같은 마음이 생겼다.
다음 날 오후 요가는 바닷가 요가였다.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며 요가해 보는 작은 소망을 이곳에서 이룰 수 있을까 했지만, 그늘 없는 더위라 언덕 요가로 바뀌었다. 해가 지기 직전 시작해 요가가 끝날 때쯤 본격적인 노을이 시작되었다. 그날의 사바 아사나는 언덕에 앉아 붉은 노을을 멍하게 바라보기로 대체. 끝나고서 노을을 배경 삼아 각자 동작을 취하고 사진도 찍고. 원 없이 사진 찍은 여행이었다. 희한하게? 대세라서? 모두 아이폰을 쓰고 있어 공유 폴더로, 에어드롭으로 사진을 즉각적으로 공유하거나 전송하는 발 빠른 시스템까지.
아침저녁으로 요가를 했더니 시간이 순삭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리조트가 아니고 두어 명의 직원이 직접 요리를 해주기 때문에 식사나 음료를 주문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런 식이다.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한다. 음식 주문을 한다. 씻으러 간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공용 거실에서 기다린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 음식이 나오는 대로 받았지만, 이틀쯤 지나니 한 시간 뒤에 음식을 먹겠다는 사람, 음식과 음료를 같이 받겠다는 정보가 공유되면서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음식 주문하고 1시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과일 음료를 먼저 받아먹고 있으면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루하거나 배고파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내 뱃속 소리가 없었다. 아니었으면 왜 이렇게 밥 안 나오냐고 투덜투덜거렸을지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책도 가져갔지만, 읽을 여유까지는 없네.
과일 음료와 함께 시킨 음식은 대부분 오믈렛이나 팬케익 혹은 오트밀 과일 볼이다. 밥은 양이 너무 많아서 반은 버리는 미안함에 잘 시키지 못했다. 느긋하게 먹는 건강식에 아침 먹고 나면 오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점심은 생략. 그러다 보니 하루 2끼 절식(양이든 끼니 수든)이다. 일상으로 돌아왔더니 보는 사람마다 살이 빠졌다고 한다. 얼굴 선이 살아난다느니…(그전에 얼마나 통통하게 봤길래?) 인바디를 재어봤더니 체지방이 줄어들었다.
운동으로 살 빠지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데이터. 식이 조절 없이 살 빠지지 않는다더니. 이대로 쭉 유지되길 바라며 스쿼시에 요가에 보홀 다녀오고 시간 나는 대로, 책 읽을 시간 줄여가며 운동했다. 두 달 정도 지났다. 인바디 측정했다. 체지방률이 다시 올랐다. 지난주 화실에 갔다. 선생님이 살 많이 빠졌냐며, 몇 킬로나 빠졌는지 물었다. 쪘다고 말했다. 근육이 는 거 아니냐는 질문. 노노노! 체지방률이 올랐어요.
“쌤, 도대체 뭘 먹길래?”
화실 선생님 직언이다! 그러게!!! 나 도대체 뭐 먹고 다니는 건지. 일주일에 두세 번 저녁도 굶는구만. 얼마 전, 인스타 스토리에,
”보홀에 쿡 처박혀 있어야 하나. 왜 체지방률이 올라가냐고!!” 문장까지 남겼다. 예전 직장 동료가 그런 말을 했다.
“곡기를 끊어야 하나.” 그러게, 나도 곡기를 끊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