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
실험이란 객관적인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으로 몇 번의 실험 중 한 번만 성공했다면 실험이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실험 과정에 대해 과학 혹은 국어시간에 배웠다. 가설을 세우고 모델과 과정을 수립해 가면서 결과를 도출해 가는 과정이다. 국어시간이라고 언급한 데는 이 과정들을 꼭 과학이 아니어도 국어에서 얘기하는 가설이나 논증법에서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실험을 단 한 번만 하지 않는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더라도 몇 번의 반복이 필요한 이유다. 성공해도 여러 번 하는데 실패한다면? 무한 반복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가설이나 과정을 수정하면서 오류를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반복 실험과 다르게 그 과정은 힘들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요즘 우리 실험실도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중에 자가지방세포가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다. 마우스 모델 실험이라 지방세포를 마우스에서 얻는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에서 얻는다. 여기서 지방세포들을 키워 실험의 재료로 쓴다. 동물에게서 얻은 지방에서 지방세포를 분리해 지방세포로 잘 유지되어야 실험에 사용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양이 필요하고 질이 필요하다. 노화가 많이 된 세포보다 조금이라도 덜 노화된 세포 단계에서 적정 수가 나와야 한다. 세포 준비가 잘 되지 않아 몇 번이나 지방을 얻기 위해 마우스 실험을 반복하는 중이다.
마우스를 꺼내고 실험하기 전에 속으로 바란다. 제발 이번에는 잘 되길. 실제로 같이 일하는 선생님은 우리가 기도가 부족해서 실험이 안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만큼 절박함이 보이는 말이다. 과학 실험 하는 사람들이 웬 기도냐고? 간절함으로 가득 차면 실오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닐까. 거기다 동물을 잡아야 하는 과정이다. 무분별하게 생명을 죽일 수 없다. 사람인지라 양심도 있고. 그것뿐인가. 우리도 생명이면 그들도 생명이다. 그러니 한 번 한 번 모두 소중한 횟수다.
그가 얘기하는 기도는 실험 잘되게 해 달라는 막무가내의 기도가 아니다. 동물실험에 들어가기 전 손을 모으고 마우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기도다. 마우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우리가 잘할 수 있게 이끌어달라는 마음이다. 거기다 잘 가라는 인사다. 비록 태어나서 동물사 케이지에서만 살지 못했지만, 꼭 기억하겠다는 마음이다. A3(A4 2장) 남짓한 크기의 공간에서 햇볕과 하늘을 보지 못하고 밝음과 어둠으로만 살다가 가게 만든 사람이라는 종족이라 미안하지만, 너희의 희생으로 아픈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꼭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동물 실험 한다고 아무 감정 없는 사람처럼 그 무서운 걸 어떻게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무섭고 하기 싫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동물들이 희생되는 과정에 우리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무섭다. 그러니 실험이 잘 되길 오늘도 바라본다. 제발, 세포가 잘 커서 다음 단계로 넘아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