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장이 튀어나와 있고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우리 안 원숭이 사진과 함께 글이 있는 인스타 피드를 봤다. 글쓴이는 일부러 이 사진으로 무언가를 고발할 의도로 쓴 건 아니다. 이 사진을 올리게 된 우연함으로 시작한 글 끝에
동물 실험으로 국내에서 연간 희생되는 동물은 약 500만 마리,
세계적으로는 5억 마리라고 한다.
고 되어 있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분의 글이 고발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개인 피드에 댓글을 읽지 않지만, 36개의 댓글이라는 아래 글씨에 눈이 갔다. 클릭했다.
결국은 돈.. 의약품 실험이라 해도 다른 생명 희생시켜 인간의 생명 연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우리 눈에 안 보이니 얼마나 더 꽁꽁 숨기고 있으면…, 최대한 동물 실험 하지 않는 제품을 사는 실천을 해야 한다, 멈추어야 한다와 같은 댓글이 있다. 이런 댓글에 마음이 아프다. 정확히 말하면 생채기가 생기는 기분이다.
댓글이 나를 비난하는 칼날이 아닌 것을 안다. 동물 실험이 단순히 인간보다 하위 생명이라고 생각해서 상처를 내고 약물을 테스트하며 해쳐서 이득을 얻는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는 듯하다. 의약품 실험을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 생명 연장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을 가족이 아파 병원을 찾거나 자신의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아 처치받고 약을 지어오는 상황에도 할 수 있는 말일까. 이 말들이 시대적으로 맞는지 한 번 돌이켜 볼 기회를 우리는 가져본 적 있을까.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 의약품을 개발하는 현시점에 의미를 따져 묻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선사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올바름이라고 하는 것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사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나도 비건 화장품을 선호하니까. 그러나 화장품에만 국한 지어 판단할 수 있을까. 제약회사에서 동물 실험 없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 동물 실험 하지 않는 의약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말해 줘야 한다. 그러면 약을 구입하지 않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나는 동물 실험 3년 차 연구원이다. 동물 실험 3년 차라고 하지만, 많이 서툴다. 동물 실험 하는 날이면 옆에서 보조하기 바쁜 아직도 새내기 연구원이다. 동물사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은 무섭다. 오늘은 별 탈 없이 마우스를 보고 나올 수 있을지도 신경 쓰이고 죽은 마우스는 없어야 하는데 하며 바라기도 한다. 혹여나 실험이 아니어도 죽은 쥐가 나오면 몸에 상처는 없는지, 기형은 아니었는지 살펴본다. 익숙해질 시간 같은 3년이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다.
대체 실험을 무엇보다 바라는 사람들은 어쩌면 동물 실험 하는 현장에 있는 나 같은 연구원일지 모른다. 위령제를 지내주기도 하고 동물들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신경 쓰며 실험실을 드나든다. 온습도, 빛과 어둠, 케이지 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실제 동물 실험 계획을 세울 때 동물 실험 승인을 받는다. 마구잡이로 실험하지 않는다. 실험에 필요한 동물의 수는 최대한 줄였는지, 불필요한 반복은 아닌지 충분히 설명하고 마취제의 종류와 용량까지 기입해 제출하면 몇 번의 수정 뒤에 겨우 승인 난다.
생명권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임을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동물 실험을 위한 안전교육을 받는다. 안전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생명권이다. 이런 말로 동물 실험이 합당하다는 변명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누구보다 절실하게 동물 실험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함을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