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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y 21. 2024

보홀 요가 크루 - 대전에서 볼더링 3시간

베이스캠프 볼더스팟 클라이밍 유성점

4월 말에 다녀온 필리핀 요가 여행에 나를 포함해 8명이 참여했다. 나 빼고 다들 비슷한 또래라 제법 잘 어울리는 여정이었다. 3박 5일 동안 친해졌다는 의미다. 다들 성격이 온화했고, 무탈하며 유쾌했다. 아침저녁 요가 시간 외에 자유 시간이 듬성듬성 있을 거라 생각하고 책을 가져갔는데 모두들(?) 한 권씩 가져온 모양이다. 자유 시간이 있었지만 은근히 책 읽을 여유는 없어서 나는 10퍼센트 정도밖에 못 읽었고, 3권쯤 챙겨 온 분은 한 권도 못 읽는다는 말을 했다. 말하지 않았지만 비슷했겠지.

요가하며 지낸 숙소

우리가 묵은 숙소 외에 바깥을 나갈 생각도 못하고 안에만 있어서 많은 얘기를 하면서 차츰 친해진 우리는 취미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요가를 꾸준히 해왔기에 이번 여행까지 흘러왔지만, 그 외 헬스, 클라이밍, 풋살 등 사이드 운동을 하나씩 했거나 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 들고 여행온 마음씀까지. 비슷한 성정인가 싶었다. 혼자 놀기 좋아하고 잘하는 나는 SNS에 올리는 사진 보면 파워 E처럼 보이지만 I다. 수다스럽지만 I다. 새로운 사람 사귀는데 낯가림이라는 말로 모든 상황을 대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남들과 서서히 친해지고, 한 번 친해진 사람들(인연)은 오래 연락하는 편이다. '치우친취향' 책방에서 모임을 오래 하고, 자주 들렀어도 4년쯤 되는 지금에야 몇몆 단골들과 친해졌다. 이제 책방에 들어서며 모든 사람들과 하는 인사도 자연스럽다. 물이 김이나고 끓어오르듯 김이 날 때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의미다.

클라이밍 끝나고 밥 먹으며 숙소 음식 얘기 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숙소 안에서만 3박을 했으니 전기포트처럼 온도 변화 시간이 짧았겠지. 친해진 우리는 마지막 돌아오는 날 0.5박 숙소를 단체로 잡아 각자 또 같이 마무리했다.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숙소의 불편함에 겉으로(속으로는 모르겠지만) 불평하지 않고 적절한 선을 넘지 않았다. 요기니들은 다 이런 지 오히려 나를 반성했다. 2, 30대의 그들을 보며 40대인 내가 배운다고나 할까. 우리는 한국 돌아가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8명 중 7명이 경험한 클라이밍 장에서.  

*솔 님이 찍으신 볼더링장 맞은편 유성온천(?) 상징 조형물?!ㅋ

각자 일상을 보내다가 한 달쯤 지난 어제 우리는 만났다. 수도권에서 울산 부산까지 다양하게 살고 있는(서울 사람 없는 것도 신기했음) 우리는 대전에서 만나기로 했다. 마침 대전에 살고 있는 *윤 님이 계시기에 클라이밍 장을 알아봐 줬고, 교통편까지 꼼꼼하게 설명해 줬다. 북토크가 취미인 나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는데 대전도 종종 갔다. 대구에서 기차로 1시간이 안 걸리니까 오후 반차 쓰고도 다녀올 수 있는 거리감에 내적 친밀감이 있는 도시다. 지방에 사는 노동자라고 가끔 소개하는 나는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문화 생활권이 교통이 편리한 충청권으로 내려오면 지방 사는 사람들의 문화 생활 벽이 낮아지지 않나 생각한다. 부산에서 대전이 수도권에서 대전까지 오는 것보다 가깝지 않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멀어서 의외였다. 아마 우리가 서울에서 만난다고 한다면 1박 하기 위해 숙소 잡지 않을까. 그렇다면 제주도로 요가하러 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대전 사람 *윤 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베이스캠프 볼더스팟 클라이밍>에서 만났다. 워낙 운동신경 좋아 보이는 *윤 님은 이미 이곳 회원이었다. 베이스캠프는 둔산점과 유성점 두 곳이 있는데 등록하면 두 곳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물어볼걸, 확실치 않다. 내가 다니던 클라이밍장은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리드 클라이밍장이다. 올해 초에 센터장이 볼더링장을 한 군데 더 냈는데 등록하면 양쪽 모두 이용 가능하다. 일요일 대전 가기 전에 클라이밍장에서 쉬고 있는 클라이밍화를 찾으러 가기 위해 들렀다가 1회권을 끊어 2시간 벽 타고 왔다. 오랜만에 다시 갔더니 신발이 낯설었고, 몇 번 타지도 않았는데 발이 부어서 신발 신는 게 고통이었다. 생각했지. 주에 한 번이나 2주에 한 번씩이라도 갈까. 그러면 일일권 대신 월회원 등록하는 게 싸려나. 워워 더 이상 욕심 내지 말자. 월급을 운동에 다 쏟아부으려고 그러냐(현재 요가원 2곳, 스쿼시 등록했음).

볼더링장은 처음이다. 번호가 붙은 스티커 따라 벽만 타다가 머리를 굴려가며 발 움직임을 생각해야 하는 기술을 써야 하는 볼더링을 하며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고, 작은 키가 불리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해야 할까. 더구나 아무리 초보여도 몸 가벼운 그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처음 하는 이도 몸이 가벼워 사뿐히 잘하더라. 오래 매달리며 이동했던 나는 홀더를 잡고 끌어당겨 확인하며 방향을 살피고 이동함을 찍어준 동영상을 보며 알아차렸다. 온몸을 쓰는 클라이밍이지만 하는 동안 팔뚝이 터질 것 같은 감각에 다들 팔과 손을 이야기한다. 내가 해 온 클라이밍 2시간보다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루 지난 오늘도 팔뚝이나 손은 괜찮다. 날개뼈 아래 광배부터 배 옆구리까지 당긴다. 웃어보니 배도 당기고. 등은 당기지 않는데, 옆구리를 의외로 많이 쓴 모양이다.

내가 다니는 클라이밍 초보 벽

클라이밍이 헬스 운동 칼로리보다 높다. 어느 블로그에 클라이밍 5분이 러닝머신 20분과 맞먹는 칼로리 소모라는 글을 봤을 만큼 칼로리 소모가 큰데, 어제 3시간이나 거기서 놀았다니. 평소 같으면 벽 한 번 타고 10분 정도 쉬고 다시 벽 타는데 어제는 10분이 웬 말인가 조금 쉬니 다른 기울기, 홀더가 있는 벽으로 이동하면서 또 탔다. 물론 내가 타는 벽보다 짧긴 하지만 3시간이 결코 짧지도 쉽지도 않다. 오늘까지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스쿼시 연습은 쉬기로 한다.

드뎌 토지 1권 완독!! 이게 되네?!

카페에서 책 읽으며 쉬기로 하고 동네에 일찌감치 들어왔다. 스쿼시를 쉬었을 뿐 저녁 요가는 가던 대로 갔다. 몸이 뻐근해서 동작이 잘 될까 싶었는데 의외로 어깨 힘이 빠진 채 잘 올라간다. 몸이 가볍다. 마음도 비워진다. 어제 모습을 생각하니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며 즐겁게 운동했다. 못 한다고 했지만 모두 잘하는 그들 모습에 연신 감탄했지만, 할 수 있다는 응원 소리에 힘을 더 낼 수 있었겠지. 운동에 대한 마음이 순화된다고 할까. 요가하며 뻣뻣한 내 모습에 지칠 때쯤 만난 이들로 애증도 애착도 연해지는 요가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이제야 힘이 좀 빠진달까.


그나저나 어제 헤어지면서 오늘 요가가서 몸 풀어야 겠다는 보홀 요가 크루 님들, 요가 가셨나요, 몸은 괜찮나요.

오늘도! 요가 완료. 오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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