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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y 28. 2024

Green Yoga : 대구에서 의성으로

요가 유랑기 5(24. 05. 25)

치우친 취향에 오는 손님들의 취향이 비슷한지, 보홀 요가 여행에서도 느꼈다시피 책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끼리 모이는 건지 치우친 취향에서 유독 요가 얘기를 많이 했다. 치우친 취향 서점이 첫 번째 자리 잡은 곳에서 열린 책모임은 모두 다 참석했다. 그때 만났던 사람 중에 아직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아, 아니다. 책스타그램 인친이었다가 치우친 취향에서 만나게 된 인연이다. 알고 봤더니 책뿐만이 아니라 요가, 클라이밍까지 좋아하는 운동이 비슷했다. 여름 님의 소개로 재작년 의성에서 진행하는 야외 요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선생님 성함은 모르지만 인스타 아이디는 ‘avecae_yoga’다. 재작년에 소개받은 요가 프로그램은 ‘뉴요커 : New Yoga Community’다, 가입비와 수강료가 없는 대신 사전 미션이 있던 크루 형식이었는데 신청 폼에 사는 지역을 적는 란이 있었다. ‘대구’라서 떨어졌을까. 그때 떨어져 상심과 안도를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열린 오전 야외 요가는 당당히 신청했다.

의성 야외 요가 내 자리 : 보홀에서 사온 신발이 꾸밈 포인트

작년 경주 능을 배경으로 요가하는 진서쌤 수업을 치우친 취향 사장님과 신청했다가 비로 취소. 이후 날씨 좋을 때 꼭 함께 하고 싶다고 간간이 말했다. 이번이 기회다 싶어 내가 제안했는데 사장님도 좋다고 한다. 의성인데도 가신다고? 아니나 다를까 구미라고 착각하신. 다행히 집 근처 약속 장소에서 요가 수련하는 곳까지 길어도 1시간 10분이라 부담 없다. 9시 수련이라 7시 반에 만났다. 7시 반에 만나기 위해 6시 반에 일어났지만. 가는 동안 두런두런 이야기하기 적당한 거리라 소풍 가듯 다녀왔다. 마침 날씨도 해가 없어서 눈부실 걱정은 내려두었다.

이미지 출처 : 인스타그램-5월 25일 구계밀리 아침 9시 요가 수련 공지

요가 수업 신청하기 위해 DM을 보냈더니 수련 안내문을 읽었는지 물어봐 주셨다. 자세히 다시 읽어봤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 별 차이 없다. 확인했다는 말과 수업료를 송금했다. 매트를 꼭 준비해야겠다. 대여가 되지 않는단다. 나는 매트가 있지만 치우친 취향 사장님은 매트가 없다. 나에게 가지고 있던 매트가 손이 미끌리는 것 같아 클라이밍 센터에 기증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클라이밍 하러 갔더니 매트에 손이 밀리지 않는다. 다시 집에 가져가고 싶은 충동이.. 이미 준 거 어떻게 무를 수가. 대신 나른한 책방 사장님께 선물한 요가 매트를 빌려 치우친 취향 사장님에게 주면 된다. 매트도 전 날 준비했겠다. 나머지는 출발 전에 준비하면 되겠다. 아침 6시 반 일어나야 하니 늦어도 1시에 자려고 했지만, 막상 또 금요일 밤이 되니 일찍 자기 싫어 티비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다 잤다.

흐린 하늘

토요일 아침 눈을 떴더니 밖이 제법 흐리고 기온도 요 며칠보다 낮다. 바람막이 점퍼를 찾기 위해 서랍을 뒤졌다. 청소년이 입다가 작아진 옷이 떠올라 청소년 서랍을 뒤진다. 찾았다. 소매가 살짝 짧지만 거슬릴 정도가 아니니 입는다. 이제 청소년 작은 옷이 내 차지가 되고 있다. 청소년은 새 옷 입고 나는 물려 입고. 내가 첫째라 나는 새 옷을 입었는데, 전세 역전된 기분은 뭐지. 그래도 옷 무덤으로 소비되는 옷 쇼핑은 지양하고자 내가 입어야지. 바람막이 찾다가 약속 시간 10분 지각했다. 어이쿠!! 요가 수업 시간에 넉넉이 잡은 시간이라 늦지 않았고 가운데를 피해 가쪽으로 잡아 안심이다. 가운데는 고수님들의 몫이니까. 어제 읽은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운동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잡아야 하는 위치를 설명하는 부분에 모든 운동이 다 그렇구나 싶었다. 스쿼시 할 때도 잘하는 사람이 선생님 공을 먼저 받는 법이니까(하하).

우리가 수련한 곳은 의성에 위치한 <구계밀리> 카페다. 정미소로 운영되던 이곳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밀을 빻았던 공간이라고 했다. 정미소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재활용해 의자가 되었고, 마당에 있었을 법한 ‘배롱나무’를 그대로 두고 카페 공간을 만들었다. 잔디를 깔아 야외 의자를 놓아둔 마당에서 수련했다. 주말 카페 오픈이 10시 반이라 9시부터 10시까지 수련하고 야외 의자와 테이블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다.

수련 후 선생님께 인사드리며 시퀀스가 좋았다는 말을 했더니 ‘요가 수련하시는 분이시죠?’ 하셨다. 웃으며 대구에서 왔다고 알렸다. 선생님이 놀라움과 기쁨을 보이며 다음에도 앞으로도 할 수 있으면 함께 하자고 하셨다. 그러고 싶다. 선생님께서 요가 수련하는 사람으로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그 동안 동작이 안되서 끙끙거렸는데 위로가 된다. 재작년에 ‘뉴요커’로 더 빨리 인연이 닿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지금부터라도 인연을 쌓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다음 주쯤 마당에 타프도 친다니 그늘 아래에서 수련 할 수 있겠지. 타프 아래 바람이 잘 통하면 좋겠다. 아침 9시라 새소리도 잘 들리고 다행히 차가 몇 대 지나지 않아 시원한 공기를 맡을 수 있었으며 초록이 정면에 있으니 한결 더 편했다. 다만 연두색 주차문의 현수막은 덤이었다만

요가 유랑기답게 근래에 다양한 수업을 들었다. 포레스트 요가가 가장 느슨하고 느긋하다면 5년 다닌 요가원 원장님 수련은 그야말로 구령에 맞춰 열과 성을 다하는 빡센 수련이다. 중간이 이번에 만난 선생님 수련이다. 야외 수련이라 초보부터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힘을 많이 쓰는(?) 동작은 뺐을까. 아쉬와 산찰라 없는 ‘수리야 나마스카라(태양 경배 동작)‘가 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모든 동작이 설렁설렁하지 않다. 자고 일어나 오늘까지 뒷허벅지가 당긴다. 햇볕 없는 야외라 땀이 뻘뻘 흐르지 않았을 뿐 은근하게 몸을 늘어뜨리고, 코어에 힘 빡 주게 만든다.

치우친 취향 사장님과 나는 카페 구석구석 둘러보고 야외에 자리 잡았다. 선생님께서 근처 ‘고운사’ 절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고운사까지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양이 많아 보이던 마늘빵을 다 먹고 커피까지 한 방울 남김없이 말끔히 먹었는데 갑자기 시간이 남았다. 고운사로 갔다. 고운사 앞에 주차를 하고 갔더니 꽤 걸었다. 약 20분 정도? 절 전체 공간은 넓다. 그 안에서 여러 법당(?)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청룡, 호랑이 벽화도 있다. 올해가 청룡의 해라 민화에서 청룡을 얼마나 많이 그렸는데. 미리 봤으면 모사했을까. 청룡을 찍었다. 사장님은 호랑이를 찍으신 듯하다. 저는 용의 기운을, 그대는 호랑이 기운을! (기운이 솟아나요!!) 길을 따라 들어왔더니 절 안에도 카페가 있다(찻집이라 해야 하나?). 구계밀리에서 마늘빵 맛있게 먹었지만, 다음에 같은 곳에서 요가를 한다면 요가 끝나자마자 절에 올라와서 커피든 차든 마시고 싶다. 마루에 있는 상을 사이에 두고 방석에 앉아 내리쬐는 햇살을 보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요가이야기, 사적인 이야기, 책방이야기까지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하며 돌아왔다. 돌아와 우리의 여정을 생각해 보니 마치 책방 워크숍 같다고 할까. 사장님 개인적 일로 3, 4월(?) 책방을 열심히 봐줬더니 나를 부운영자로 임명해 주셨다. 운영자와 부운영자의 동행이었으니 워크숍이지. 앞으로 책방에 무궁한 발전이 있길. 책과 요가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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