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잘 알아가는 과정이란
보홀 3박 있는 동안 요가를 아침저녁으로 했다. 아침 7시에 요가를 하고 나서 좀 쉬다 보면 오후 수련이 금방 다가온다. 하루 두 번 요가를 한다는 건 시간 순삭 의미가 있을 줄이야. 느긋하게 책 읽을 시간이 있을 줄 알고 한 권 들고 갔지만 10퍼센트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관광하는 것도 아니었건만 도대체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자연친화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이 가능할지, 리조트 치고 작은 곳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리조트 이름에 eco가 있었고, 숙박하는 방이 듬성듬성하며, 사이사이 모두 나무나 풀이 배경에 있었다. 직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을 주문하면 1시간은 걸린다. 여기는 여기만이 시간이 따로 흐르는 기분이었다. 세상과 연결되는 매개는 SNS밖에 없었다. 내 알고리즘에 따른 소식이거나 내가 하고 먹는 것 올리는 스토리밖에 없었다. 그러니 단절이라는 표현으로 그곳에 있었음직 했다. 우리를 데려간 선생님들이 이만큼 느릴 수 있나 할지 모르니 느긋하게 지내라고 하셨다.
첫 수련 전 선생님께서 손목이 아프면 꼭 말을 하라고 했다. 스쿼시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손목 힘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나는 손목이 아프지 않지만, 이 상황을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동작이 되지 않는 정도도 아니고, 동작하면서 아프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여행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나는 스쿼시와 요가를 반복했다.
스쿼시는 지금까지 세 번의 도전이다. 20대, 30대 때는 엘보며 손목 아픔이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 다시 시작한다니 청소년 아버지가 관절 나간다고 걱정했지 팔이나 손목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도 스쿼시를 쳐봤기 때문에 어디를 어떻게 쓰는지 안다. 운동할 때 장비부터 갖추는 사람이 있는 반면 쉽사리 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이번 강습 시작 후 3개월이 다 되어가는 동안 스쿼시 장에 있는 라켓을 사용하는데, 나에게 부담인 무게인지 내 손에 익숙하지 않은지 이번에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 공을 치는 순간에만 힘이 들어가며 조절하는데 내 순발력도 떨어지고 있는지 뼈가 약해졌는지 운동 후에 손목에 힘이 빠진다.
지난 화요일 수업 끝나고 다음 날인가 서서히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 엘보를 의심했다. 아, 엘보라니. 청소년 아버지는 스쿼시 이후 골프에 빠졌다.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청소년 아버지는 엘보 한 번 오지 않았다. 주변 지인 중 엘보 왔다는 말을 들으면 자세가 바르지 않아서, 힘이 많이 들어가서라는 말로 일갈한다. 아, 부끄럽다. 내가 엘보라니. 지금껏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정형외과를 갔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결과를 봤다. 의사가
“석회가 진행 중인데요, 통증이 꽤 오래 있었겠어요.”
한다.
“네?!!!”
석회라니!! 이 무슨 소린가. 마침 그때 직장 동료였던 분도 정형외과 갔다가 석회 있다는 얘기 듣고 놀라서 스토리에 올렸다. 나는 엘보로 정형외과 왔다고 말하며 몇 마디 나누고 엑스레이 결과를 보러 갔는데. 나도 동료처럼 석회라니! 이게 말이 되냐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해야 한단다. 스토리에 올렸더니 전 직장 동료도 답이 왔다.
“언니, 나도 석회 생겨서 체외충격파 4번 했잖아요. 진짜 아픈데. “
뭐지? 직업병인가? 우리 직종 직업병 있었나? 아, 스쿼시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위로가 되기도 하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2년 전쯤인가 요가하다가 팔꿈치에 근육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핸즈온의 잘못된 경우였다. 그 이후로 가끔 무리하면 팔꿈치 통증이 온다. 큰 통증은 아니고 다음 날 사라지는 정도의 욱신함. 근육이 강해질 때 오는 통증이랄까. 팔꿈치 손상 이력에 클라이밍, 보홀 여행과 스쿼시까지 겹쳐 이번 기회에 물리치료 좀 받는다 생각하고 정형외과 갔더니 물리치료가 아닌 체외충격파 치료를 얻었다.
다들 체외충격파 하면 아프다는데 하나도 안 아프다. 다만 한 번에 석회를 모두 제거할 수 없어서 여러 번 받아야 된다는 말 때문에 오늘 다시 찾았다. 오늘은 더 아프지 않았다. 석회 있는 거 맞겠지? 물리치료사에게 나에게 생긴 석회가 심각한 건지 치료를 받으며 물어봤다. 지금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쌓이면 팔 움직임이 둔해지고 가동 범위도 줄어들기도 한다고 했다. 움직이면서 통증이 생기기도 하니 진행 중일 때는 제거하는 게 낫다고 했다. 믿어봐야지.
오늘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를 받고 헬스, 스쿼시, 요가를 했다. 팔을 짚지 말라고 했는데 요가에는 은근히 팔을 짚는 동작이 많다. 오늘은 그런 동작을 하는데 오른쪽이 부담스럽지 않다. 부드럽게 잘 쓰인다. 역시 치료가 도움이 되나 보다. 이번 주 목요일에 다시 진료받으러 가야겠다.
<소개>
손목 강화 운동을 하루 3분, 천천히 반복하기
<방법>
팔을 뻗어 가볍게 주먹을 쥔다.
천천히 주먹을 아래로 내린다, 잠시 기디린다.
아래로 내려간 주먹을 위로 천천히 젖힌다. 잠시 기다린다.
3분 반복한다.
힘이 조금씩 차면, 0.5kg이나 1kg 덤벨을 쥐고 하며 손목 강화 운동을 하라고 했다.
여성은 0.5kg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가볍게 쥘 수 있는 정도 무게면 된다고 했다.
<고찰>
주먹을 가볍게 쥐었을 때부터 오른쪽과 왼쪽 힘 들어오는 정도가 다르고, 아래위로 주먹을 내리고 올리고를 반복하는데 오른쪽은 둔하고 반경이 작다. 오늘 퇴근길에 퇴근 메이트에게도 알려줬더니 퇴근 메이트는 왼쪽이 잘 안 된단다.
한 번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