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5
판유리 작업물을 가마에서 구울 땐 “내화지”라는 종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도자기를 구울 땐 가마를 층층이 쌓을 때 쓰는 내화판 위에 바로 기물을 얹는 반면에 유리는 많은 경우 내화지를 깔고 유리를 배치한다. 물론 내화판 바로 위에 얹기도 하는데, 유리에 내화판 무늬가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부러 특정 결이 나타나도록 프라이머를 무늬처럼 바르기도 한다.
이 내화지는 아직 사용하기 전, 그러니까 가마에서 구워지기 전엔 조금 도톰한 도화지 느낌이다. 은근히 그 자체로도 결이 있어 두꺼운 화선지 같다는 느낌도 있다. 보통 롤로 말려 있거나 제법 커다란 크기로 재단되어 있는 것을 구우려는 유리 기물 크기에 맞춰 잘라 사용한다. 굳이 자르는 이유는? 비싸니까.
유리 공예를 한다고 하면, 공예쪽의 많은 사람들 반응은 주로 “와 비싼 거 하네.”가 많다. 유리는 정말 원재료 가격이 다른 공예품에 비해 많이 비싸다. 유리 자체는 모두 수입품인데다가 내화지 같은 부재료 값도 만만치 않다. 우리 집 식탁 위 시금치 가격이 오를 때, 유리 값도 엄청 올랐다. 분명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 들었던 숫자가 있는데, 이젠 먼 옛날 추억의 가격이다. 뭐 내가 쓰는 것만 오른 게 아니니 하소연 할 것도 없다. 흙이며, 나무며, 천이며 정말 공예품 안오른 게 없으니까.
아무튼 가격은 이미 올랐으니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그만큼 더 가치 있는, 혹은 비쌀만한 좋은 물건을 생산해야지. 내화지 역시 원래는 한 번만 쓰고 버리는 엄청난 소모품이지만, 작은 소품을 구울 땐 두 번 쓰기도 한다. 이런 데에서라도 아껴야지 별 수 있나. 오늘도 별로 손상되지 않은 내화지의 먼지를 호호 불어가며 찢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재활용했다.
참고로 내화지는 가마에서 소성된 후, 눈에 띄게 그 성질이 변한다. 종이의 형태는 조금 남아 있을지언정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부서지듯이 찢어진다. 어떻게 묘사해야 정확할까. 찢어지는 형태가 종이의 “주욱”하는 느낌이 아닌 지분거리는 가루처럼 변한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연필이나 펜으로 표시하기도 어렵다. 보통은 내화지에 얹기만 해도 되는 덩어리 형태의 것을 올려 재활용했는데, 오늘은 요즘 하는 작업을 위해 연필로 점을 찍어 표시하며 사용해 보았다. 내화지의 가루가 유리 조각 위로 하얗게 날리면 호호 불어가며 조심스럽게 이어진 작업.
내화지 가루 자국 안지 말고 깨끗하게 예쁘게 나와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