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6
내가 겪어봐야 비슷한 처지를 당한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역지사지”의 미학을 쉽게 잊고 산다. 오늘 저녁 고속도로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 막혀 이상하다 싶었는데 얼마 안 가 한 고장 차량이 뒷트렁크를 열고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몇 달 전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강남 대로변 한복판에 차가 우뚝 서버렸던 적이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멈춰서지 않은 게 다행이지’라며 위로했는데, 오늘 마침 고속도로에서 멈춘 차를 보니 그때가 생각났다.
운전자는 놀라서 식은 땀을 삐질 흘리고 있었겠지. 트렁크문을 여는 순간엔 고속도로 위라는 사실에 두려웠겠지. ‘왜 하필 길 한가운데 그러고 있냐’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차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니까. 그 엉킨 차로 위를 빠져나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상등을 켜며 뒷차들에 뭔가 있음을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라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