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4
에어컨 없이도 선풍기 없이도 가만히 누워 있는데 바람이 살랑 지나가니 주섬주섬 이불을 찾는다. 아직은 그래도 계절이 살아있나 보다. 가을이 슬며시 오고 있는데, 여름이 또 훼방놓겠지.
산이 많은 동네에 사니 온갖 새들, 벌레들, 청솔모도 익숙하다. 아침 해가 뜨면 온 동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이 깰 정도이다. 그러다가도 해가 지면 신기하게
낮에 시끄럽게 울던 새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다 제 집에 들어가 꾸벅꾸벅 조는 걸까. 깜깜해지면 뒷산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만 가득하다. 고요하고 편안하다.
바람이 선선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도 선뜩해지며 괜시리 초조해지곤 한다. 갑자기 시간이 훅 지나간 기분이 들어서. 그러니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더 열심히 지내야겠다. 올해 벌려놓은 일들이 많으니 곱게 곱게 잘 싸서 마무리해야지. 사늘한 바람 속 마음 한 번 추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