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자가 아닌 창작자.
듣기에 뭔가 애매할 수 있는 위치다. 요즘 내 위치가 그렇다.
나는 공예를 전공하지 않았다. 미대를 나온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요즘 내가 스스로를 소개할 때 나의 가장 큰 정체성으로 내미는 것은 “유리 작업가” 혹은 “유리 공예가”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 동안, 그것도 가장 집중해서 하는 일이 유리 작업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유리 작가입니다” 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 “작가”라는 단어가 가진 아우라라고 할지 풍기는 뉘앙스라고 할지 모를 그 무언가가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어려운 막을 친 느낌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서의 전공과 다른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예술이라는 세계는 여전히 전공자가 아니면 감히 넘보면 안되는 분야로 높은 문턱을 “자랑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비전공자로 인정받는 경우도 많다는 게 사실.) 물론 의학이나 법학처럼—그외에도 많지만—전문지식이 필요해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고 자격을 갖춰야 하는 분야가 있듯이 예술 역시 전공으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기술과 지식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닐지언정 많은 부분 대학 전공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그 기술과 지식을 얻는 방법이 있다. 그 점이 예술의 보편성 혹은 특수성이라 할 수 있겠지만 온갖 종류의 “클래스”와 더불어 “대학”에서의 교육원 등에서도 양질의 수업을 통해 배움의 기회가 있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으로 조금 다르게 길을 갈 수 있는데도 여전히 전공자가 아니면 넘보지 말라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첫 만남에 자기 소개로 “난 xxx작가야”라는 오만한 “작가님”을 겪은 뒤로 스스로 “작가”라고 소개하는 걸 경계하게 된 부분도 있다. 미대를 졸업하고 평생 미술대학에서 작가로, 선생으로 살아온 우리 아버지도 “ooo작가입니다”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때 그 “작가님”은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건지 개인의 성향인 건지.
이제 4년제 대학에서 전공으로 졸업하기 위해 걸릴 시간은 넘게 작업을 했고, 오히려 20대 초반의 학생보다 좀 더 “열심”의 마음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자부한다.
일전에 전공자들의 은근한 무시에 기분 나빠 툴툴거리는 것을 들은 친정 아버지가 콧방귀를 뀌시며 하신 말씀이 웃기면서도 힘이 되었다.
“야 뭐 이재용이가 반도체 전공하고 삼성하드나?”
아, 아부지. 아무리 그래도 이재용씨랑 비교하면 안되죠. 그래도 그 분 학부 전공은 동양사학과라는—나도 학부 사학과 졸업생이다—걸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그래도 삼성 회장님과 비교하다니 참 송구스럽다.) 누구나 전공과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오늘도 스스로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작업하고 실험한 하루를 보냈다.
다시 한 번 묻습니다.
그럼 이 세상에 문예창작과나 국문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글 쓰면 안되는 건가요? (브런치 작가들이여,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