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2025.10.31

by 어떤 숨

아이들 학교는 운동회를 하지 않는다. 대신(이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가을마다 학교 축제를 여니 아이들은 축제를 준비하고 하루 온종일 수업 없이 그것을 즐긴다. 운동회가 없어도 아이들에겐 큰 기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회를 겪었던 옛날 사람으로서는 그 온동네가 떠나갈듯한 왁자지껄함, 흙먼지 등이 그리워 아쉽기도 하다.

인근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를 한다는 말을 전해들으니 모든 학교가 다 똑같진 않구나 했다. 그 학교를 다니는 아이 엄마에게 들으니 운동회 며칠 전부터 학교 주변 아파트, 주택에 공문 아닌 공문을 보낸다 했다. 아이들이 운동회를 해서 좀 시끄러울 수 있으니 하루만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는. 이런 초등학교 행사도 양해를 구하는 “사과문”을 미리 돌려야 하다니 철저하다 해야 할까 야박하다 해야 할까. 내가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에게도, 아이들일지라도, 폐를 끼치면 안되는 사회.

운동회를 생각해도 사실 엄청 떠오르는 것은 없다. 초등학교 때 누가 건드려도 쓰러질만큼 허약 체질이었던 나는 체육과는 담을 쌓아 그 어떤 종목에도 출전했던 경험이 없다. 해가 쨍쨍한 날 아침 조회를 하다 픽 쓰러지는 애, 그런 애가 나였다. (안타깝게도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예쁜 이미지가 아니다. 그냥 비실비실 깡마른 애였다.) 그러니 그저 누구나 다 참여하는 그런 것들만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러니 생각나는 건 박터뜨리기다. 커다란 박을 터뜨리기 위해 손에 쥔 콩주머니를 열심히 던진 손들. 하늘에 솟았다 떨어지는 콩주머니에 여기저기 맞아가며 다시 주워 던지기를 반복했던 아이들. 집에서 콩주머니를 만들어간 기억이 난다. 엄마가 만들어주셨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콩들을 감싼 천도 일일이 마련했나 보다. 알맞은 콩을 적당히 집어 넣고 그걸 바느질해 만들었으니 새삼 대단한 엄마/할머니들—예전에 이런 건 아빠가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이었다 싶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콩주머니를 문방구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나름 신세계였다. 이런 것도 다 파는구나. 요즘은 오히려 그런 걸 다 만들어서 썼구나 할 테지만.

그렇게 엄마가 만들어준 콩주머니는 “내 꺼”라는 생각에 아까워서 던지지도 못했다. 두 개를 만들어가면 하나는 던지지 않고 고이 옷 주머니 속에 넣어둔 채 하나만 던지고 떨어지는 다른 아이들의 콩주머니를 냅다 던졌다. 분명 그렇게 아꼈는데. 그렇게 아끼던 콩주머니는 다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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