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12
주말에 잠시 혼자 방에 있는데, 거실에서 큰 소리가 난다. 잠깐 들어보니 남편이 아이들을 혼내고 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아빠한테 다시 얘기해 봐.”
그리고 무언가 아이들이 대답하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결국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애들이 저희들끼리 뭔가 안좋은 얘길 했나봐. 서우가 말하려니 지우가 아빠한테 말하면 안된다고 말리네.”
이건 확실히 뭔가 있는 거다. 아직 생각이 모자라는 둘째 서우는 언니랑 놀면서 몰래 한 얘기라도 아빠한테 하려고 하니, 첫째가 절대 안된다고 정색하며 말리는 중이었다. 별 수 있나. 첫째가 이실직고 해야지.
“뭐야, 지우가 얘기해봐. 나중에 더 혼나지 말고 지금 말해. 안 좋은 거니 말 못하게 하는 거잖아.”
“(쭈뼛쭈뼛) 그냥.. 노는 중에, 몰래 마약 먹었다고 치자고.”
뭐라고..?
더 들을 것도 없이 기가 막혔다.
마약이라니.
이게 일곱 살, 다섯 살 아이들 입에서 나올 말인가.
실상은 이렇다.
그날 아침 남편과 요근래 이런저런 뉴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마약은 초등학생들에게도 손길을 뻗친다 하니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특히 첫째에겐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사탕이라도 먹으면 안 된다, 사탕 봉지가 밀봉돼 있어도 먹으면 안 된다, 친구가 주는 거라도 본인도 받은 거라 잘 모른다 하거나 포장이 엉성하거나 하면 먹지 마라 등등. 아이를 키우다 보면 걱정이 늘어나 잔소리가 많아진다. 하지만 이건 우리 부부만 유난을 떠는 게 아닌 실제로 알림장을 통해 학교에서도 자주 경고하는 사항이다.
그래서 조심하라 알려준 건데, 아이들은 “몰래” 먹은 척을 하고 놀다니. 자기들 딴에도 나쁘다는 건 아니 몰래. 놀이로라도 아빠에겐 말하면 안되는 몰래 하는 짓.
그저 “안 좋은 약”이라고 설명해주니 감이 안오는 것 같다. 아이들 생각으론 약이 나빠봤자니까. 어른의 세계 같아 몰래라도 해보고 싶었던 걸까.
“마약이 뭔지 모르니까 장난 치는 거지? 마약을 먹는다는 건, 칼을 들고 나가 그냥 막 사람을 찌르는 것처럼 나쁜 거야. 얼마나 나쁜 건지 알겠어? 칼 가지고 나가 아무나 막 찌르면 돼, 안돼? 이제 알겠어?”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난 남편은 아이들에게 손을 들고 서 있으라 했는데, 내가 옆에서 좀 세게 말하니 그제서야 아이들은 입을 삐죽이고 울먹였다. 사실 모르니까 그런 거지, 정말 나쁜 짓 하려고 한 건 아니니 아이들을 더 혼내서 뭐하나.
시간이 좀 지나 외출 준비를 하는데, 첫째 아이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엄마…”
“응?”
안 좋은 거라고 열변을 토했더니 아이가 느끼기에도 잘못한 거고 큰일이라 느꼈는지 좀 기가 죽어 있었다.
“엄마, 이따 할머니 할아버지 만나도 이건 말하지 말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