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굴은 아니었고 보드랍게 익힌 굴이었지만 굴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큰 성과이다.
집 앞 놀이터 멤버이신 할머님께서 아이 방학 들어가기 전에 오전에 밥 한 번 먹자 하셨다. 아침 겸 점심, 일명 아점으로 굴국밥을 먹자고 하셔서 살짝 걱정이 스쳤지만 최근에 모르고 굴이 들어있던 겉절이를 먹고 별일이 없었던 거로 보아 익힌 굴은 괜찮을 것 같았다.
길 건너 골목에 굴국밥집이 있는 걸 할머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열 시 반에 들어가니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매생이가 들어간 굴국밥은 뜨끈하고 녹진하고 시원했다.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어제의 과음으로 집에 누워있는, 해장이 필요 신랑 생각이 났다.
새집에 새들이 있으려나.
할머님과 후식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짧고도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종업식을 마친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가족의 점심으로 매생이굴국밥을 포장해 왔다. 신랑은 굴을 어떻게 먹었냐며 눈이 똥그래진다. 앞으로 익힌 굴은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란다.신랑도 어흐 좋다 하며 굴국밥을 들이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