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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13.월요일

안녕 통돌이 세탁기

by 덩이

본의 아니게 십 년을 쓴 통돌이 세탁기를 부쉈다.

내 겨울 점퍼 하나를 세탁하던 중, 갑자기 베란다에서 와장창 쿵쾅쿵쾅 하는 굉음이 폭발음처럼 크게 들렸다.

소리에 너무 놀라서 손이 떨릴 정도였다.

하던 대로 세탁물을 넣고 물을 받았어야 했는데 물을 먼저 받다가 중간에 커다란 점퍼를 넣었더니 세탁기가 박살 났다.

통 안에서 물과 공기를 함께 먹고 한껏 부풀어 오른 점퍼가 빠르게 회전하다가 튀면서 통이 균형을 잃고 기울어 빠져 버렸고 그 충격에 세탁기 문도 날아가 버리고 버튼 누르는 부분도 떨어져 와장창 깨져버렸다.

세탁기에서 간신히 꺼낸 점퍼는 풍선처럼 부풀어 도무지 꺼질 줄을 모르고 있다. 점퍼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부풀어 오른 꼴이 왠지 진상 같다.

그림같은 하늘이다.

사소한 행동 하나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 평소처럼 빨래를 했다면 깨끗하게 세탁한 점퍼가 지금은 반정도는 건조되었겠지.

그리고 나는 오늘 브런치에 다른 글을 썼겠지.

세탁기를 보내고 글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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