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있는 신랑 때문에 오전에 일찍 집으로 출발해야 했다. 오늘도 엄마가 해주신 아침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엄마는 또 분주하게 이것저것 싸신다.
반찬으로 맛있게 먹은 것 중에 어제 쑤어 놓으신 도토리묵에 향긋한 달래간장, 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발라 들기름에 구운 더덕을 싸셨다. 어제 다듬어서 살짝 데쳐낸 냉이는 콩가루 묻힌 것과 안 묻힌 것을 구분해서 담아주셨다.
우리 온다고 쇠고기 잔뜩 넣어서 한 통 끓여놓은 쇠고기미역국도 빼놓지 않으셨다. 그리고 오이무침 잘 먹는다고 오이 사두신 것까지 가방에 챙겨주셨다. 김치와 총각무는 엄마 드실 것만 남기고 통째로 싸가라고 보자기에 싸셨다.
엄마가 손을 다치시고 나서 처음 먹은 엄마 밥맛은 그대로였고 뭐든 다 챙겨주고 싶어 하는 엄마 마음도 여전하셨다.
아침해가는 길에 엄마를 교회에 모셔드렸다. 엄마가 아쉬운 손인사를 하시며 교회 문 앞에 서 계시는데 같이 손을 흔들던 아이가 갑자기 잠깐만요! 를 외친다.
-할머니!!
그러더니 차문을 혼자 열고 훌쩍 내려 교회 문 앞의 할머니에게 달려가 안겼다.
차 안에 앉아 차창을 내리고 인사할 줄로만 예상했는데 뛰쳐나가 할머니에게 한 번 더 안기는 아이의 모습에 엄마도 나도 신랑도 생각지 못한 감동을 받았다.
아이에게 참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