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렇게 과일을 먹었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유독 과일이 땡기는 걸 보고 나는 딸을 가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들이라고 하셔서 조금 실망했다고 말하면 아들이 실망하겠지.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는 과일을 참 좋아한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딸기 대장이 된다.
가정의 재정에 잔잔한 어려움이 계속되던 지난봄에 내 욕심껏 딸기를 사 먹일 수 없었던 게 마음에 걸렸다. 가정 경제 상황이 화끈하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올봄에는 딸기에 화끈하게 지출을 할 수 있다.
투명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딸기 한 팩을 다 먹을 수 있는 아이는 먹으면서 계속 물어본다.
-엄마, 딸기 안 먹어요? 다 먹어도 돼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던 어머니의 마음이 이 지점에서 조금 이해가 된다. 나도 딸기를 좋아하지만 딱 하나만 맛을 본다. 딸기 적정 섭취량이 하루 몇 알이라 할지라도 딸기만큼은 아이에게 양껏 먹이고 싶다.
아침해우리 동네 마트에서는 보통 세일 가격으로 한 팩에 사천구백 오십 원에 파는데 오늘 무려 천 원이나 내린 가격에 팔길래 냉큼 두 팩을 사 왔다. 오늘은 딸기 파티를 할 수 있다.
아이는 딸기 대장, 나는 딸기 소장. 새콤한 과일이라면 질색하는 아빠는 딸기 쫄병.
저녁해딸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젠 봄이 좋다.
봄이 조금 더 많이 머물러있다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