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3.4.23.일요일

여행하면서 사유하기

by 덩이
오전의 구름은 뭉게뭉게뭉게뭉게

어젯밤은 잠이 잘 오지 않아 오랫동안 뒤척였다.

전구같기도 하다
전망이 좋으시지요

내일이면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가자!

신랑이 동양 최대의 루지를 경험해 보자고 한다.

어제 신랑과 아이만 타려다가 아이가 차에서 잠이 들어 타이밍이 안 맞았는데 오늘은 나도 같이 탈 수 있는 컨디션이다.

통영의 루지는 훌륭했다. 고소공포증에 빠르게 미끄러지는 모든 것에 공포심이 있는 나도 거뜬히 두 번을 내려왔다.

아름다운 통영을 뒤로하고 거제로 간다.

포로수용소 구경한 뒤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다시 이동한다.

예전에도 그랬는데 해저터널을 지날 때 귀가 먹먹했다.

이번 여행에서 부산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늦은 기차를 기다리며 부산역 뒤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렀다. 부산에서 먹고 싶었던 꼼장어를 아쉬운 대로 포장마차에서 먹는다. 친절한 사장님 내외분 덕분에 여기 또 오고 싶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번주 익명의 글쓰기 주제에 대해 생각을 했다.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여행을 와서 고민하기엔 다소 어려운 주제이다.

박정미 작가님의 -0원으로 사는 삶-이란 책의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니 실제로 돈을 쓰지 않고, 또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나와있다.

나는 읽어 보지는 않았기에 아직 믿기지 않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주제가 계속 신경 쓰이고 고민되는 것은 돈이 없거나 부족한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런 삶에 대한 환상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직선으로 뻗은 구름이 시원하다

아... 아직 잘 모르겠다. 생각이 더 이상 나지 않고 피곤이 몰려온다.

집에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는 잠을 자는 게 낫겠다.

내일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다.

엊그저께와 같은 위치에서 하늘을 찍었다

우리는 새벽에 집에 도착해 무거워진 몸을 뉘일 것이다. 집에 가는 길도 참 행복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3.4.22.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