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13.토요일

친절함에 대하여

by 덩이
오전엔 파란 하늘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자유수영을 하러 갔다.

지금 신랑이 다니고 있는 수영장으로 갔다. 내가 다니던 곳이 아니라 낯설었다.

그곳의 샤워장은 많이 넓었다. 물에 들어가기 전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는데 어르신 한 분이 수영을 마치고 내 옆 자리로 와서 씻기 시작하셨다.

구름색이 아름다워

연세가 꽤 많으신 것 같았다.

-샤워 자리로 텃세 부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물 튀긴다고 짜증 내는 분도 봤어... 특히 어르신들은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을 하며 수영복 왼쪽 어깨를 끌어올리고 막 오른쪽 팔을 끼우던 참이었다.

옆에서 씻으시던 어르신께서 다가와 수영복 어깨를 말없이 끌어올려 주신다. 어르신의 움직임은 엄마처럼, 친구처럼, 내 일행인 듯, 매우 자연스러웠다.

잠깐이었지만 어르신을 오해할 뻔했던 생각을 반성했다. 낯설었던 곳이 그분 덕분에 이제 따뜻한 곳이 되었다.

-아유, 감사합니다.

어르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곧 씻기에 열중하신다. 수영장으로 들어가면서 잘 씻고 안녕히 들어가시라고 인사를 드린다.

-그래요, 많이 하고 가요.

몇 년 만에 제대로 수영을 해본다. 근력과 체력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배운 건 다행히 잊지 않았다.

아이는 아빠품에서 수영장 물에 조금 더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을 잡고 엎드려서 발차기하는 단계 직전까지 했다.

해지기 전

수영장에서 만난 어르신을 생각해 본다. 친절한 행동은 친절한 마음이 없이 처음 보는 타인에게 할 수 없는 것임을 느낀다.

친절함은 부드럽고 센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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