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30.금요일

나의 독서모임 일지

by 덩이
오늘도 빗방울

2012년 봄

한겨레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김민영 강사님이 알려주시는-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라는 아주 매력적인 제목의 글쓰기 수업이었다.

6주간의 주말반 글쓰기 수업은 무척 즐거웠지만 수료 후에도 나는 글 하나 제대로 쓰지 못했다.

수업 후에 얻은 것은 하나.

독서모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2012년 여름,

인생 첫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첫 책은 김애란 작가님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었다. 제목처럼 첫 모임은 두근두근했고 내가 했던 발언들은 토론이라기보다 생각과 느낌을 쥐어짜 내 조금 나누는 정도였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유익했다. 토요일 오후에 젊음의 동네 홍대에서 독서토론이란 걸 하는 나라니! 이런 마음도 꽤 작용했고.

느티나무와 하늘

처음 멤버는 모두 글쓰기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뿐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멤버들은 빠져나가고 어디선가 알고 들어오셨거나 소개로 들어오신 분들이 그 자리를 채우셨다. 글쓰기 수업에서 만나 독서모임까지 온 멤버는 현재 나포함 두 명뿐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만나게 되면서 참여멤버가 줄어 최종 다섯 명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멤버의 갑작스러운 탈퇴로 요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감나무와 하늘

몇 년 전에도 이런 탈퇴를 경험한 적이 있다. 우리의 모임이 독서토론의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했던 말 잘하는 원년멤버가 갑자기 작별인사도 없이 우리를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다. 중간에 들어온 멤버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히 모임에 참여했던 친구였다. 모임 카톡방에 매일 좋은 글과 재미있는 사진들을 올려주던 친구가 갑자기 사라지고 나니 이번에는 조금 더 상실감이 든다.

전신주와 하늘

카톡방에서 나간 뒤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에도 답이 없고 카카오톡 친구목록에서 사라진 그 친구에
대해 지난주 독서모임에서 다른 분께 작은 소식을 들었다. 다시 카카오톡에 이름이 떴는데 아마도
우리가 걱정했던 일이 생긴 것 같진 않아 보인다고 하셨다.
사실 모든 건 우리의 추측일 뿐이지만 건강 또는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 것 같아 보이니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그 친구가 아마도 떠나겠다는 말을 전할 용기가 없었던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무엇이든 누구든 어디에서든 살면서 변화를 겪지 않을 순 없다. 잃고 싶지 않고 변하고 싶지 않더라도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아프게 배운다.

우리 모임은 우선 그대로 가보기로 했다. 이번달 책이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였는데 꽤나 재미있고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재미있는 시간을 그 친구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여전하다. 그 친구가 짧지 않은 시간을 같이 보낸 우리 모임을 잊지 말아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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