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다 바닥을 까맣게 태운 스테인리스 냄비는 닦아내기가 참 귀찮고 힘들다.
내가 이걸 깨끗하고 반짝반짝하게 닦아낼 것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
탄 냄비를 가지고 있을 땐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저걸 얼른 깨끗하게 닦아야지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오히려 닦기 싫어진다.
나는 탄 냄비를 얼마든지 닦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간 옛 동네자신만만했다.
매일 조금씩 닦아내기도 하고,
수세미를 바꿔서 닦아보기도 하고
탄 냄비에 그냥 계란을 삶기도 했다.
나는 탄 냄비를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요즘 같아선 자신이 없다.
외면하고 싶다.
애초에 냄비를 태운 사람을 원망하고 싶어 진다.
아름다운 노을이다마음속에 까맣게 탄 냄비가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