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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1.화요일

엄마 마음

by 덩이
아침부터 청명하다

늦잠을 자버렸다. 아이의 아침으로 바나나 하나.

그마저도 반밖에 못 먹었다.

그렇게라도 먹여야 마음이 놓인다.

학년초에 학교에서 보내준 신입생 안내문에 아침을 꼭 먹여서 보내달라는 당부의 글을 읽은 뒤 올해의 신념처럼 지키려고 한다. 뭐라도 씹어먹고 갈 수 있도록 했다.

가을은 시속 120킬로미터로 지나간다

우유도 한 컵 먹이고 싶었는데 아이가 거절한다. 엄마라면 바나나랑 우유를 같이 먹을 텐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냥 삼킨다.

아침이 부실하면 점심은 배고파서 많이, 잘 먹겠지.

오늘의 급식을 남김없이 맛있게 다 먹기를 바란다.

오후에도 여전히 청명한 하늘

하교시간에 맞춰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내게 처음 한 말은 놀이터에서 놀 거지? 였고 두 번째로 한 말은

배고파 였다.

어차피 학교 앞 놀이터에서 놀다 갈 건데 집에서 바나나랑 귤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

정다운 놀이터

나는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는 말이 참 반갑다. 그럴 때 밥을 먹이면 참 잘 떠먹는다. 지금은 아쉽게도 밥시간이 아니라 간식을 먹여야 한다.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편의점에 데려가니 빵 코너를 먼저 가 확인한다. 진짜 배가 많이 고픈가 싶었는데 역시나

-포켓몬빵은 없네

그러더니 고른 것이 아몬드빼빼로.

엄마라면 빵이랑 우유를 골랐을 텐데 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냥 삼킨다.

아이는 모르겠지.

먹는 거 하나도 엄마 맘대로 하기 쉽지 않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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