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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이 Sep 11. 2024

2024.9.11.수요일

아랫집

구수한 사랑을 먹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아랫집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시끄러우니 주의해 달라는 내용은 쪽지라기보다 편지에 가까웠으며 뜯은 면이 정리가 안되어 있는 스프링노트에 쓴 글씨체에서 아랫집 식구들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 미안하기도 당황하기도 했다.

강아지같다

그게 벌써 2021년 1월이다.

나는 덩굴식물이 아름답다

지금은 아랫집에서  조금 더 이해하고 넘어가 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 주의하고 조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친밀한 사이가 된 것은 아니다. 어머님의 옥수수를 나눠드릴 때 말고는 교류하지 않는, 그런 사이다. 그나마 올해는 옥수수를 나누지도 않았다.

정이다

저녁에 집 주차장에서 아랫집 어르신을 뵈었다. 아이와 함께 인사를 드리니 차에서 과자를 몇 개 꺼내 아이 손에 쥐어주시며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신다.  4년째 위아래서 한 건물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간이 그냥 사라진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아무 일 없는 아랫집과의 관계가 새삼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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