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30.월요일

거울을 보다가(오랜만에 조금 길게 써보는 글)

by 덩이
눈부시다

거울을 본다.
나도 나이가 꽤 많이 들었구나! 새삼 생각한다.

그걸 실감하는 지점은 아주 많이 늘었다.
우선 노안이 왔고 무릎을 구부려 앉았다 일어나기가 어렵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무서울 때도 있다.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잘 안 된다. 소화력도 많이 떨어졌다.
이 정도면 어르신 수준인가?

그리고 흰 머리카락.
끝까지 하얀 긴 머리카락이 아주 많아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몇 가닥 뽑으면 감쪽같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늘었나 모르겠다.

세수하거나 샤워를 할 때 욕실 거울에서 보는 흰머리는 특히나 적나라하다. 그럴 때마다 한두 가닥 뽑아버리기도 한다. 뽑다 보면 재미있어서 계속 뽑고 싶길래 손을 대지 않으려고 애쓴다. 염색으로 가릴 수도 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하얀 머리카락은 계속 자랄 테고 염색을 계속해야 할 테니까.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그 과정을 아직 시작하고 싶지 않다.

나처럼 흰 머리카락을 여러 가닥 가진 사람을 보면 내 멋대로 삶의 고단함과 치열함과 성실함을 상상하고 내 멋대로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흰머리에서 ‘나이가 들었다’라는 게 짐작이 되고 ‘이만큼 인생을 살아오기가 쉽지는 않다’라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거라고 추측해 본다. 나를 보아도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려나?


흰 머리카락들은 인생의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 다가오는 노년기를 잘 받아들이기 위한 작은 좌절과 단념일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며 거슬리는 흰 머리카락을 뽑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둔다. 몇 가닥을 뽑아내기에 남아있는 내 머리숱이 너무 적다.

지금 남은 흰 머리카락과 검은 머리카락 요정도라도 내 인생 후반부까지 잘 살아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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