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금요일
오늘, 막걸리(오늘도 조금 길게 써보는 글)
올해 첫 붕어빵을 먹었다이른 점심에 순댓국집에서 밥을 먹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손님들이 몰려온다.
오늘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쌀쌀한 가을날엔 다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것이다.
저쪽 테이블에 앉으신 어르신 세 분은 어느새 막걸리 두 병째를 따고 계신다. 빈 병을 옆으로 치우고 새 병을 집어 드는 모습에서 행복함이 느껴진다. 한낮에 막걸리를 드실 수 있는 여유가 부러워지면서 식당의 영업용 냉장고에 줄 서있는 막걸리들에 나의 시선도 꽂힌다.
부드러운 곡선의 막걸리병에는 초록색의 띠가 둘려 있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뽀얗고 걸쭉한 막걸리의 정수가 가라앉아 있다.
병목을 잡고 세게 흔들어 그것들을 위로 끌어올려 맑은술과 섞고 나면 통 안에서 잠자고 있던 탄산이 끓어오른다. 플라스틱 병의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기포가 잠잠해 지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살짝 뚜껑을 열어 숨통이 트이게 한다. 폭발하지 않게 뚜껑을 잘 여는 기술은 막걸리를 많이 마셔봐서 훈련이 아주 잘 되어있다.
양은 대접에 갓 뚜껑을 딴 막걸리를 콸콸 따른다.
‘촤라락’이라고 해야 하나 ‘프스스’라고 해야 하나. 막걸리의 탄산이 터지는 소리를 표현하려고 하니 어렵다. 그것은 시원하고 유혹적인 소리다.
첫 잔을 꿀꺽꿀꺽 마신다.
막걸리의 탄산은 과하지 않고 부드럽다. 묵직하고 든든하다. 맛이 진한 안주를 잘 감싸 안는다.
순대도 잘 어울리고 곱창볶음도 너무 괜찮다. 홍어는 말할 것도 없고 머리 고기나 수육도 아주 훌륭하다. 시어 빠진 김치도, 풋고추에 된장만 찍어 먹어도 아쉽지 않다.
막걸리는 알코올의 힘이 강하고 오래간다. 그래서 많이 먹을 수 없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 나에게 막걸리는 딱 한 병 반이 최대치다. 그걸 넘어가고 다른 술과 섞이는 순간 저 세상을 만나기 때문에 절대 조심한다.
어르신들이 세 병째의 막걸리를 주문할 때쯤, 나는 막걸리 한 모금 없이 얼큰 순댓국 뚝배기를 바닥까지 싹싹 다 긁어먹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밖을 바라본다.
비 많이 오네비가 여전히 많이 온다.
종일 내릴 것 같다.
식당을 나서며 결심한다.
오늘,
저녁엔 무조건 막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