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

by 소중한 사람

나머지 반쪽의 집을 뒤지기 위해

서둘러 현관을 나가

오른편으로 돌아 들어갔다


열려있는 으로 들어서자

벽을 다 차지하고 있는 전신 거울에

흥분해서 얼굴이 붉어진

김지영 자신이 보였다.

고 높은 벽에 붙어있는

유리문으로 된 신발장에는

굽이 높은 각종 하이힐과 화려한 신발들이

인테리어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옆에는 매끈하고 반질리며

갈색 원목로 되어있는,

성인이 누워도 거뜬할 만큼

긴 의자가 놓여있었다.


의자 옆에는 잘 어울리는 모양의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서

그곳에서 앉아 차 한잔 하며

잠시 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아..

시체는 냉장고에 처박혀 있고

자신은 돌이킬 수 없이 살인자가 됐는데,

이 와중에

그런 한가한 상상이나 하고 있다니

스스로가 한심했다.


벽지,

천장에 달린 등,

카펫,

소파,

티브이등

모든 부분에서

양쪽 집주인들의 취향은 달랐다.


왼쪽 집은

물건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고,

오른쪽 집은

세상에 있는 화려한 것을

다 모아놓은 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외부에서 전체적으로 보이는

집의 모양은

몽블랑처럼 생겼는데,

중간에는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그림자가 변화하는

거대한 벽 같은 구조물이

빵을 자르는 칼처럼 세로로 박혀있었다.

딱 봐도 빵 한가운데를 자르는 칼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차마 칼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

김지영은 생각하면서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뇌구조가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양쪽은 똑같은 구조였으나

화장실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사용하는 용도가 대부분 달라 보였다.

왼쪽은

주변의 모든 무채색에 대해

그림의 색채로 옷을 입혔다면,

오른쪽은

모든 곳에 화려함을 입힌

불꽃놀이 같았다.


김지영을 제일 놀라게 한 것은

왼쪽집과 오른쪽 집을 이어주는 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며 찾았으나

벽 전체가 옹골찬 시멘트로 보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집은

나눠진 한 개의 집이 아니라

두 개의 집이었다.


양쪽집을 오가려면

집을 나가 반대편으로 빙돌아가서

현관벨을 울려야 하는 구조의 집인 이다.


사실 그 집은

양쪽의 냄새조차 흘러가지 못하도록 설계된

쌍둥이 집이었다.


원래 중앙에서 양쪽으로 연결되는 문을

건축가가 만들었으나,

그건 김약사 2세가 태어나자마자

보수공사를 통해 단단한 벽으로

바뀌었다.


김약사와 박약 사는 설계를 맡길 때부터

왕래가 불가능한 구조를 원했지만,

양가부모님이 워낙 손주를 간절히 원해

잠시 열려있던 문이었다.

딸아이가 태어났으니

용도를 다한 문은 없어진 것이다.


둘은 결혼할 때

이미 서로를 싫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대화자체를 거부하며

건축가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만 늘어놓았다.


힘에 부친

건축가는 양쪽으로 건물을 나누어

똑같은 구조로 집을 짓되

인테리어를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두 사람을 설득했고,

두 사람은 중재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지금의 괴상한 집이 지어졌다.


엄청난 비용의 건축비는 차체 하고서라도

건축물을 향한 사람들의 의아함과 비웃음은

건축가의 커리어에는 치명상을 입혔지만,

막상 지어진 건물 내부를 보고

두 사람 다 만족스러워했다.


김지영이 찾던

현금, 금괴, 금고나 비싼 물건은

오른쪽 집 안에 넘치도록 있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김지영에게 있어서 그림이란

구멍 난 곳을 메우거나

얼룩이나 곰팡이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었으니

왼쪽 집안에 걸린 그림들이 얼마나 비싼 것들인지

다 모아 팔면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왼쪽의 집주인은 금고가 필요 없었다.

온 집안에 널린 그림들이

곧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시련에 시련이 더해지면

고난이려나.

한단계를 클리어하면

더 높은 단계가 기다리는

게임처럼

김지영 앞에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층고가 높아

소리가 울려 퍼지는 집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김약사의 핸드폰이었다.


김약사 핸드폰에는

내 사랑 쫑아라는 글자가 떠있었다.


사실 김지영은

그 전화를 몇 달째

몇 번이고 무시하고 있었으나

집에 들어와 주인이 된 기념으로

거침없이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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