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열려라 유치원

by 소중한 사람

쫑아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밥도 거의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문 앞에 앉아 꼼짝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려려니하던

선생님들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된 선생님들이

번갈아가며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탈수로 인한 수액치료를 받게 했다.


주인이 올 때까지 최대한 아프지 않

잘 지낼 수 있도록 돌보려 했지만

쫑아는

계속 잘 먹지 않고

꾸벅꾸벅 졸기는 해도

편히 자려하질 않았다.

자기가 자는 사이

주인이 왔다 갈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울상을 짓고

열리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기다려 자세로 앉거나 엎드려

주인을 기다리기만 했다.


쫑아는 성깔이 있고 고집스러운 데다

주인만 좋아하는 아이라서

쫑아를 예뻐하는 선생님들도

쉽게 만지질 못했다.

잘 아는 이들조차도 만지려 들면

금방 입질을 하곤 했다.


쫑아 주인에게

엄격히 교육시켜야 한다는 말을

자주 전달했지만

쫑아를 너무 예뻐하는 주인에게

엄격한 교육이란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열려라 유치원에서는

쫑아의 주인

쫑아를 찾으러 오지 않는지 모른 채

어쩔 수 없이 쫑아를 맡고 있었다.


보호자에 대해 아는 건

전화번호와 집주소밖에 없었다.

그런데 전화는 받지 않았고

집에는 사람이 없었다.

선생님 중 한 명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주소지에 다녀왔으나 만나지를 못했다.

벨을 아무리 눌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인기척조차 없는 집이라고

다녀온 선생님이 말했다.

열려라 유치원 쪽에서는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므로

쫑아처럼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괴로운 일은

눈앞에서

주인을 간절히 기다리는 쫑아를

매일 지켜보는 일이었다.


말도 할 줄 모르는 동물이

사랑하는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은

어린아이가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감정이입된

열려라 유치원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SNS에

쫑아의 사진이나 사연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수강료는 꾸준히 자동이체되고 있었고

호텔링비용은 주인이 나타나면

받을 수 있으려니 하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맘을 놓고 있었지만

주인의 부재가 길어지니

혹시 쫑아를 유기한 건 아닌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 길어진다면

쫑아를 어쩔 수 없이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원장은 매일 유치원이 문 닫고 나면

의례적으로

쫑아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그날 역시 기대 없이 전화를 걸었다가,

전화기를 통해

여보세요 라는 말이 들리자

원장은 몹시 놀랐다.


전화를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걸었던 전화여서인지

아니면 쫑아주인을 못 본 지 몇 달 돼서 인지

상대방의 목소리가

굉장히 낯선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쫑아주인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에게

열려라 유치원인데,

쫑아를 언제쯤 데리러 올건지 물으며

간단한 대화를 이어갔다.


낯선 목소리의 주인은

다음날 데리러 가겠다고 말하며,

쫑아의 호텔링 비용 추가비용에 대해 미리 언급하는 원장에게

뭐가 그리 비싸냐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쫑아 주인이 보인적 없는 태도와 달라진 목소리 때문에

쫑아주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굉장히 미심쩍었지만

다음날 만나게 되면

다 확인될 일이라고 생각하며

전화통화를 끝냈다.


쫑아는

주인의 냄새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인과 다니던 병원에서도

주인과 산책하던 길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주인 냄새는 나지 않았다.


쫑아는 너무 슬퍼 죽을 것 같았다.


무엇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꼼짝하지 않고 엎드려있거나

기다려 앉아를 하고 있었다.


주인의 냄새가 배어있지 않은

유치원 공용 사료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주인이 주던 사료에서는

늘 새롭고 맛있는 냄새가 났었는데.


어쩌다 떨어진 사료를 한 알

입안에 넣었다가

끔찍한 맛을 느끼며 다시 뱉어냈다.


주인이 없는 세상이 이렇게 슬픈지

쫑아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인간들은

강아지 눈에 비치는

세상과 인간의 모습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강아지를 판단하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강아지를 대했다.


강아지를 사람 대하듯 하는 인간,

강아지를 그나마 이해하려 애쓰는 인간,

강아지를 소모품처럼 여기고 함부로 다루는 인간,

강아지를 감정쓰레기통이나

핸드백을 대신하는 물건처럼 여기는 인간들,

참으로 다양했다.


쫑아는

똑똑하고

감정 또한 풍부하게 느끼는 강아지였다.

그건 강아지로 살아가는 삶은

돼지우리 안에 진주와 같은,

힘들고 쓸모없는 존재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쫑아는 주인을 만나 함께 살며

몹시 다양한 감정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쫑아의 주인은

슬픈 인간이었는데,

쫑아는

그런 주인을 위로하는 것이

행복했다.


작은 몸짓에도

즐겁게 웃는 주인

그리고

서로 도망 다니며 잡으러 다닐 때

웃는 주인의 웃음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 쫑아를 즐겁게 했다.


주인이 울고 있을 때는

꾸역꾸역 품을 파고들어 가

주인이 울음을 멈출 때까지 심장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안겨있었다.


쫑아가 살면서 가장 슬픈 날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처음 쫑아가 입양되어 갔을 때

주인은 하루 걸러 눈물을 흘렸고

쫑아는 그때마다 어쩔 줄 몰라했지만,

이제 주인은 잘 울지 않았고

그만큼 쫑아는 행복해졌다.


쫑아는 지금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주인이

강아지일 뿐인 쫑아를

가족으로 여기며

몹시 사랑하고 있다는 걸.


탈수증상으로 동물병원에 실려갔을 때,

쫑아의 까칠한 성격을 잘 아는 수의사선생님은 쫑아를 설득했다.

마치 쫑아가

사람말을 알아듣는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살아있어야

주인을 만날 수 있다고,

밥과 물을 먹으며 기다려야 한다고,

간곡하게 쫑아를 설득했다.


유치원선생님은 옆에서 바라보며

개가 뭘 알아듣는다고 저렇게까지 하냐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러나

쫑아는 수의사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있었고

그걸 기억하기로 했다.


반드시 주인을 만나서

사랑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살아있어야 하므로

앞으로는 잘 먹고 기다리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날

그 시간에

기억을 잃은 채

한참 떨어진 곳에서 지내고 있던 김약사는,

고양이여인이 길에서 주워온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익숙한 생명체라고 느끼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강아지의 털을 만져보았다.

점점 더 다정하게 털을 쓰다듬으며

강아지를 바라보는 김약사의 눈에서

뭔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손으로 닦고 보니

눈에서 홍수난 듯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날

그 시간은

김약사와 쫑아의 마음이 멀리서나마

맞닿는 시간이었을까.








작가의 이전글8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