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누굴까 이 사람은...

by 소중한 사람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이렇게 놀란적이 있었을까.

김지영의 발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집안에

갑작스럽게 울리는 벨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잖아도 낯선 곳에서 긴장해 있던

김지영은

온몸을

공격직전의 동물처럼

털을 바짝 세운채

현관 쪽을 노려봤다.


일단 피하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에

가장 가까운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넓은 집에 울리는 슬리퍼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약사님!

김약사님!

어디 계세요?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


저 왔어요.


누굴까 저 사람은...


김지영은 가지고 있던

김약사의 핸드폰을 떠올렸다.

핸드폰을 켜서 주소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김약사의 핸드폰에서

강여사님

박여사님

최여사님

이런 이름이 몇 개 나열되어 있었다.

김지영은 일단 순서대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기억 잃은 김약사 행세를 하면서

누구시냐는 질문을 그들에게 보내자

답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집에 들어와 있는

강여사님이라는 사람이

집에 와있다,

김약사님은 어디에 계시냐는 답신을 했다.


김지영은 강여사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집의 비번을 잊어버려

전체적으로 보안공사 중이니

나중에 연락을 드리면

그때 다시 오시라는 답신을 보냈다.

그러자 강여사는 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며

집이 다 열려있어 위험해 보인다며

본인이 집을 지키고 있을 테니

얼른 들어오시라는

답장을 보냈다.


보아하니 가사도우미 같았으나

주인 말을 잘 듣는 사람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김지영은 화장실에서 버티다

결심을 하고 문을 열고 나섰다.

천천히 걸어 나가면서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살폈다.


거실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 사람은

김약사를 보며

반가움이 섞인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어디서 뭘 하느라 이제야 집에 왔는지

몸은 건강한지

별일 없었는지

계속 질문을 했지만

김지영은 말문을 줄여야 했으므로

그냥 고개를 끄덕이거나 잠깐 웃거나 하면서 반응할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


강여사는 김지영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김약사님.

왜 말씀이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김지영은 어쩔 수 없이 대답해야 했다.

김약사의 사진 속 표정과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비슷한 목소리로 내기 위해 노력하며

감기가 걸려서 목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강여사는 김지영을 더 빤히 쳐다보았다.

눈빛이 갈수록 어두워지더니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강여사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누굴까 지금 이 사람은...'


지금은 상태가 이러하니

나중에 해결되면 연락을 달라고 말하며

강여사는 돌아서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자.

김지영은 빠르게 달려가 뒤에서 덤벼들면서

강한 힘으로

강여사를 밀어 넘어뜨렸다.

위에 타고 앉아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생명이 사그라드는 데는

영화에서 봤던 것보다

더 강한 힘과 긴 시간이 걸렸다.


버둥거리던 몸은 얼마 후 조용해졌다.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었다.

온갖 나쁜짓은 다양하게 해봤지만

자기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인것은

처음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너무 쉬워 당황스러울지경이었다.

김지영은 본능적으로 반응한 자신을

스스로 치켜세우며

이 상황을 가볍게 여기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었다.

강여사의 시신은 무릎담요에 대충 쌓여서

냉장고에 처박혔다.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탐욕이 눈을 가리니

치밀하게 행동하기가 어려워졌다.


자신의 부주의를 후회하며

다른 사람이 또 들이닥치기 전에

큰돈이 될만한 뭔가를 빨리 찾아내거나,

집의 보안장치를 바꿔

아무나 드나들수없도록

집을 요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반쪽의 집을 뒤지기 위해

서둘러 현관을 나가

오른편으로 돌아 들어갔다.


사람을 죽이고

죄책감을 느낄 새가 없이

돈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이

탐욕스러운 짐승과도 같았지만

김약사의 가방을 잡아채는 순간부터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지영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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