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아무도 찾지 않는

by 소중한 사람


강여사가 들어간 지

하루가 넘었으나 나오지 않고 있었다.


김지영이

남의 집으로

당당하게 입성하는 걸 지켜본 후

이민희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라서

CCTV라도 지켜보기 위해

다른 사람 당직근무를 대신 서가면서

경비실을 지키고 있었다.


김지영이 집에 들어간 이후

첫 방문객이었던

강여사는 집에 들어간 이후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나서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지만

김약사의 신분증을 들고서 집 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사람을

가짜라고 의심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를 할 수는 없었다.

자칫하면 쫓겨날 일이었다.

CCTV를 지켜보는 일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이민희는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김지영 역시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

근황을 알 수가 없으니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민희는

계속 눈뜨고 있기 위해 고용량 에너지음료를 마셔대며

끊었던 담배까지 피우고 있었다.


강여사는

김약사 집에 오랫동안 도우미일을 다니는 사람이었다.

김약사의 큰집에는

오래전부터

여러 사람이 도우미일을 다녔고,

김약사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땐

자주 바뀌곤 했지만

김약사가 집으로 돌아온 후로는

거의 바뀌지 않았고,

김약사가 사라질 즈음에는

여성 세 명만 집을 드나들었다.


그들은 대문과 중문 등 보안이 걸린 문들을

홍채인식을 통해 확인받으며

매번 드나들었고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가 해내고 돌아갔다.


워낙 집이 넓어

부모님 생전에는 많은 도우미들이 매일 드나들었으나,

김약사는

사람이 드나드는 것과 마주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으므로

도우미들은

일주일에 하루

각자 정해진 요일에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이 되어서야 김약사의 집에서 나왔다.

드물게 드나드는 요일이 바뀌긴 했지만

도우미들은 거의 일정하게

집을 드나들었다.


김약사가

집에서 보이지 않게 된 이후로도

도우미들은 집을 드나들었다.

김약사가 없는 집을 깨끗하게 가꾸고

먹지 않은 밑반찬을 버리고 장을 봐온 것으로

새 반찬을 만들어 놓고 갔다.

그들은 하던 일을 매주하고 있었고

집에 김약사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매일 일정한 삶을 살았던 김약사가 긴 휴가를 갔대도 이상한데

아예 몇 달째 보이질 않아서

다들 의아해하고 있었다.

문자도 보지 않았으므로

일을 갔다가 괜히 편지를 남기기도 했으나

읽은 흔적도 없었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은 다들 같았으나

다들 따로 일을 다녔고 만나지 못했으므로

그 집주인에게 일어난 일을

서로 공유할 수가 없었다.

집주인이 성인인 데다 서로가 가족관계가 아니므로

실종신고는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주변을 자주 순찰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민희는 혼자 초초해하고 있었다.


출근했다 퇴근하는 도우미들을 괜히 붙잡고

김약사가 있는지 은근히 떠보곤 했지만

입이 무거운 것인지 아니면 집주인이 무서운 것인지

도통 이야기를 잘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거나,

김약사의 부재에 대한 걱정을 자기도 모르게 늘어놓긴 했다.


분명한 사실은

그 집에 김약사의 존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집을 출입하는 도우미들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김약사는

지출의 대부분을 자동이체 형태로 해놓았기에

김약사의 부재를 알고 걱정하는 이들 모두

김약사와 연락이 닿지는 않았지만

받아야 할 돈은 제때 일정하게

계좌이체되어 들어오고 있었으니

무슨 트집을 잡아 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


돈 받은 일꾼들은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주인 없는 집은

잘 관리되고 있었다.

김약사는 사라졌지만

그 외 모든 것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이제껏 이민희가 마냥 기다리기만 했던 이유였다.

그런데

김약사는 어디 가고

가짜 김약사가 눈앞에 나타났다.


김약사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이민희에게

그것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했다.


김약사는 실종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진짜 김약사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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