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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Mar 17. 2021

계층별, 인종별로 끼리끼리 미국

미국 공립학교 7년차 교사가 본 미국

계층별,인종별로 모여 사는 미국


나는 미국 공립학교 7년 차 교사다. 미국에서 16년을 살았다. 5년은 전업주부로 살았고, 4년은 학생으로 학교를 다녔고, 7년은 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국에 40살이 다 되어 온 늦깎이 이주민이기에 미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미국에서 16년을 살아오면서도 아직도 매일 이 사회에 대해 배운다. 특히, 지난 7년은 미국 학교 교단에서 가르치며 미국이라는 나라, 그 문화와 역사에 대해 새롭게 배웠다. 미국이라는 사회를 교육현장을 통해 배우고 있다. 나의 배움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한국인 이주민으로 눈으로 본 미국의 모습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는 사회학자도 사회학도도 아니기에, 이 글은 나의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한 나의 미국 사회에 대한 견해이다. 어떤 이론적인 기반을 근거로 작성된 글이 아님을 확실히 해 두고자 한다.


한국인 이주민인 내게 비친 미국의 모습에서 어떤 면에서는 매우 흥미롭다. 나는 자본주의 종주국이며  다인종 국가로서의 미국을 발견했다. 내가 본 미국의 모습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자본주의적이고 계급적인 사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인종문제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부의 분배의 불균등으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불평등을 주거지역과 도시발달에서 발견했다. 미국 사람들은 사회적 클래스 (class 계급, 계층) 별로, 인종별로 모여 사는 경향이 있다. 주거지역은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문화적 여건을 결정한다. 사회적 계급별로 사람들의 언어 사용에 차이가 있고 누리는 교육환경도 다르다. 내가 보고 겪은 미국은 인종과 계급의 문제가 뒤섞여 불평등의 구조를 만들고 재생산하는 사회다. 7년이라는 길지 않은 미국 교직경력에서 사회 클래스와 인종적 차이가 상당한 네 곳의 학구를 경험했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마주하였다.


내가 체험한 미국은 매우 자본주의적이고 계급적인 사회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클래스 (class 계급, 계층)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불평등한 어린 시절 Unequal Childhoods: Class, Race, and Family Life”’의 저자 아네트 라루 Annette Lareau의 지적처럼, 미국인들은 인종에 대한 담론은 첨예하고 깊지만 사회적 클래스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다.  미국인들은 인종적 불평등과 불의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고 민감하다. 인종적 평등과 자유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한다. 마틴 루터 킹 데이가 있는 2월은 블랙 히스토리 달이다. 전 학년에 걸쳐 영어와 사회과목에서 이를 주제로 하는 수업이 한 달 내내 이루어진다.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이 중심이 되었던 60년대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은 물론 1800년대 중반의 노예해방운동에 대해 다루며 그 중심에 섰던 해리엇 터브먼 Harriet Tubman, 프레드릭 더글라스 Frederick Douglass 등의 흑인인권운동 지도자들의 생애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인종적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중적 공감의 정도에 비해 사회적 계급에 대한 이해는 아주 미약하다.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 계급이 존재하며 (어느 계급에서의) 출생이라는 우연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에게 사회적 계급은 왕정이나 귀족정치가 존재하는 먼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믿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의 극심한 빈부의 격차는 이미 잘 알려진 바다. 미국연방준비제도가 2020년에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50명의 자산은 미국 인구의 절반인 하위 1억6500만명의 자산을 모두 합한 것에 같다. 최고 부자 50명이 1억6500만명이 가진  재산만큼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어마어마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통계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에도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다. 이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내가 미국을 체험하면서 다소 충격적이었던 발견 중 하나는 사회 계층별 언어이다. 사회적 계급으로서의 클래스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음에도 사회계층적 언어가 존재하며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2003년 미국인 남편과 정착하기 위해 보스턴에 왔다. 암투병 중이신 시어머니를 보살펴드리고자 시어머니 집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했다. 보스턴에서 30-40분 정도 거리의 서버브 타운이었다. 미국인들은 도심보다는 서버브를 선호한다. 보다 안정적이고 조용한 환경에서 가족을 꾸리고 살기를 원하기에 그러하다. 서버브에는 소위 학구가 좋은 타운들이 많다. 나와 나의 가족이 살았던 타운은 초기 미국의 역사가 형성되는 시기 영국의 이주민이 많이 정착해서 살기 시작한 곳이다. 이 타운도 학구가 좋기로 소문난 보스턴 지역 남단의 오래된 타운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중산층 백인 타운으로 대표되는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타운에 살고 있는 주민의 대부분은 백인이었다. 나는 내가 살던 동네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보스턴 지역에서 몇 년 살면서, 미국은 특히 동부는 인종별 계층별로 모여 살며 도시가 형성된다는 것을 알았다.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내가 살던 H 타운 바로 옆에는 W 타운이 있다. 이 타운은 블루칼라 타운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왔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들었다. W 타운은 집값도 H 타운에 비해 저렴하고, 학구에 대한 평가나 선호도도 낮았다.


각 타운마다 계층적, 인종적 특성으로 인지되었다. 예를 들면, B 타운 하면 저소득층과 흑인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A 타운 하면 아이리쉬 노동자 계급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인종별로, 계층별로 끼리끼리 모여 사는 곳이 미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거지역의 계급적, 인종적 특성화는 미국 도시 발달의 뚜렷한 성격으로 보였다.



사회 계층적 언어가 있다?


사회 계층적 언어가 있으며, 사람들의 언어 사용으로 그가 어떤 클래스 출신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우리 집에 한 30대 백인 청년을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시어머니, 남편, 나 그리고 청년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었다. 그를 배웅하고 나서, 시어머니와 남편의 대화가 이어졌다.


시어머니: 그 청년이 백인 블루칼라 타운인 W 타운에서 태어나 자랐고, 노동자 계급 가정 working class family에서 자랐음에도 말하는 것을 보면 중산층 배경의 느낌이 나네. 교육을 잘 받고 잘 자랐어.


남편, 네, 어머니. 저도 그렇게 봤어요. 어휘 사용이나 표현이 중산층 가정 배경으로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나: 저는 전혀 몰랐어요. 언어 사용에서 계층적 특성이 드러난다니, 재미있네요.  W 타운 하면 전통적인 블루칼라 워킹 클래스 타운인 것도 새롭게 알았어요.


한국에서 온 나는 이러한 대화를 듣고 놀랐다. 계층별, 인종별로 모여 사는 미국인들의 모습이나 언어 사용이 특징으로 그 사람의 출신 계층을 감지할 수 있다니! 내게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한국에도 강남 특구라고 해서 부유층과 특권층이 모여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서울의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경우라고 본다. 특히, 2000년대 한국은 미국처럼 계층별로 끼리끼리 모여 도시나 지역을 형성하는 모습은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더구나, 언어 사용으로 어떤 계층 출신인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은 한국에 살면서 별로 들어 보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한 부의 불균등 분배, 그리고 이로 인한 계급의 발생과 분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만큼 이 나라 안에서의 계급의 분화와 고착화는 한국보다는 훨씬 먼저 진행되었고 심화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해석이었다.

 

사회계층적 언어 사용의 특징은 학문적으로도 밝혀진 바 있다. 아네트 라루의 “불평등한 어린 시절”를 통해 사회계층별 가정의 언어 사용의 특징을 서술했다.  흑인과 백인 중산층, 노동자 계급, 저소득층 가정을 관찰해 계층별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와 언어의 사용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노동자 계급과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짧은 지시어나 명령어를 사용해 자녀들을 양육한다. “이것 하지 마!” “저거 하면 안 돼” 등의 명확한 지시로 대화가 끝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말하는 경우는 없다. 이들 가정에서는 아이들과의 토론은 없었다.


반면, 중산층 가정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사고와 창의성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의 대답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들의 사고의 확장을 돕는 대화가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미국의 주류사회, 학교나 기관에서 가치 있게 여기는 대화와 협상 방식을 익힌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습득은 중산층 가정 아이들에게 큰 장점이 된다. 주류사회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어려서부터 습득하는 것이다.


블루칼라 계급과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사회적 성공을 위한 언어 스킬을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문맹률은 15%이다. 라루의 연구에서 블루칼라 계급 가정과 저소득층 가정이 부모는 고졸이거나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을 하지고 있다. 이들 계층의 부모들도 자식을 사랑하며 그들 나름의 최선의 양육을 하고 있다. 부모의 학력과 계급적 여건은 자녀들의 언어교육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사회는 전인교육을 추구한다. 진정한 교육은 학업뿐만 아니라 체육, 음악, 미술 다양한 재능을 키우는 것이라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또한, 대학입시도 학업뿐만 아니라 운동, 악기 연주 등을 비롯한 예체능 분야의 활동과 성취를 적극 반영한다. 소위,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 대학에 진학하려면, 공부는 기본이고 음악과 체육에도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은 조직된 다양한 방과 후 교육 활동에 참여한다. 부모들은 이런 활동을 알아보고 수업료를 지불하고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한다. 스포츠, 악기 연주, 미술 활동에 교육의 기회는 사회적 계급별로 큰 차이가 난다.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은 조직화된 다양한 교육활동의 경험을 통해 미국 중산층의 가치를 대변하는 주류사회의 삶의 방식을 학습하고 내재화한다. 노동자 계급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기회다.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조직화된 방과후 교육활동을 할 때, 노동자 계급과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은동네에서 또래 아이들과 자유롭게 놀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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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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